트럼프ㆍ스테이블코인ㆍRWAㆍAI 등 키워드…내년 전망 ‘맑음’
비트코인 가격 16만~21만 달러 전망…수요 늘며 상승 가능성↑
국내외 가상자산 리서치와 자산운용사들이 2024년을 마무리하며 내년 시장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으로 △트럼프 재선 △스테이블코인 △토큰화(RWA) △AI와 밈(Meme) 코인 등을 키워드로 내년 시장을 전망했다.
28일 국내외 다양한 가상자산 리서치와 자산운용사들은 내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전망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트럼프 재선 △스테이블코인 △토큰화(RWA) △AI와 밈 코인 등이다. 이들은 전통 기관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양적 질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꼽은 키워드는 친 가상자산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다. 선거 유세 기간부터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청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당선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간에 10만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상자산 관련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반에크와 시티 그룹 등은 트럼프 2기에 친 가상자산 인사가 정부 주요 직책에 임명된 것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시티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규제 완화가 더 광범위한 채택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집행에 의한 규제에서 입법적인 접근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역풍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2025년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이 국가 간 경쟁을 심화해 냉전 시대 ‘우주 경쟁’과 유사한 ‘비트코인 우주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프레스토 리서치 역시 미국 정부와 마이크로스트레티지를 벤치마크하는 국가나 S&P500 기업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예측 범위는 16만 달러에서 21만 달러까지 다양하지만, 27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9만6000달러 선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최소 60% 이상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블랙록은 구체적인 가격 전망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2025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제한된 공급량에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지속해서 가치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블랙록은 최근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을 2% 정도를 배분하는 것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 공동센터장은 내년 비트코인 가격을 16만~17만 달러로 예상했다. 그는 “시장 상황과 외부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2025년 비트코인은 16~17만 달러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며, 장기적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상승 예측의 이유로 “다양한 거시적 요인과 정책적 변화가 비트코인의 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수요 증가와 제한된 공급 구조가 맞물리면서 2025년에는 시장에 새로운 기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이 내년 21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센터장은 'MVRV 비율'을 활용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MVRV 비율은 코인의 시가총액(Market Value)을 실현시가총액(Realized Value)으로 나눈 값이다.
그는 “비트코인의 MVRV 비율은 2017년 이후 0.4배에서 7.7배 사이였고, 변동성이 극심했던 초기를 제외하면 그 범위는 0.5배에서 4.7배였다”면서 “2017년과 2021년 두 강세장에서는 각각 4.7배와 4배로 정점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2025년 3분기 실현 시가총액을 월간 성장률 5.3%를 적용해 약 1조2000억 달러로 보고, 여기에 3.5배의 멀티플(MVRV)을 적용해 시가총액이 약 4조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른 2025년 비트코인의 목표가는 시가총액을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 약 1998만 개로 나눈 21만 달러다.
내년 비트코인 최고가를 18만 달러로 예측한 반에크는 구체적인 상승과 조정 기간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반에크는 “2025년 가상자산 시장이 1분기에 정점에 도달하며, 비트코인은 18만 달러, 이더리움은 6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여름 동안 비트코인은 30% 조정, 알트코인은 최대 60% 하락할 수 있고, 가을부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연말에는 이전 최고치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보다 스테이블코인에 힘을 실으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도 주를 이룬다. 반에크는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의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하며 실질적인 글로벌 금융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에크는 올해 11월 기준 약 1000달러인 일일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가 2025년 말에는 3배 이상 늘어 일간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코빗 리서치센터 역시 “스테이블코인 어돕션은 크립토 트레이딩이나 국채 펀드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아르헨티나나 나이지리아 사례 등을 통해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각광받는 달러화 수요가 암시장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로 옮겨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기존 유에스디코인(USDC)와 테터(USDT) 외에도 리플 등 새로운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크립토 킬러앱’의 등장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시티 그룹도 “스테이블코인 시장 다각화는 특정 발행사의 시스템적 위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므로 긍정적”이라면서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사용 사례가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채택이 탈중앙 금융 참여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 금융과 기관의 가상자산 진입이 활발해지며 RWA(토큰화된 실물자산)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코인베이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RWA 시장 규모는 2024년 한 해 동안 84억 달러에서 135억 달러로 60% 성장했다. 이중 대부분은 국채와 머니마켓펀드 등 전통 금융 상품의 디지털화였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미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투어 솔라나, 리플, 크립토 인덱스 ETF를 신청하고 있으며, 다양한 펀드를 토큰화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향후 전통 금융기관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한 자산 토큰화를 진행할 것이고, 이는 디파이 협력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에크 역시 “2025년에는 퍼블릭 체인에서의 토큰화가 활성화될 것”이라면서 “2025년이 토큰화된 증권의 성장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시장과 인공지능(AI)의 융합도 기대된다. 이러한 융합은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올해 AI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밈 코인인 ‘GOAT’를 예시로 들며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특정 프로젝트나 토큰에 관한 관심을 유도하는 맞춤형 내러티브를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밈 코인으로 시작된 AI 에이전트의 활용 사례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도 봤다. 보고서는 “밈 코인 홍보와 같은 단순한 역할로 시작된 AI 에이전트의 활용 범위는 점차 자산의 토큰화를 비롯한 다양한 활용 사례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2025년에는 AI 에이전트가 가상자산 거래, 게임과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등 여러 분야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에크는 내년 AI 에이전트의 온체인 활동이 100만 개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코인베이스 역시 “AI 에이전트가 암호화폐 지갑을 관리하거나 스마트 계약과 상호작용하면서 △탈중앙화 금융(DeFi)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운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2025년 이후, AI와 암호화폐의 통합은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