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밈 테스트
올해 나의 한국인 지수는 얼마?
2024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인기 밈(Meme)’ 얼마나 알고있나요? 인기 밈들의 언급은 매번 내가 한국인임을 의심받아 왔는데요. “이것도 몰라?”라는 질문과 함께 한없이 나약해졌죠. 과연 올해는 어떨까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밈 탄생에 열을 올렸던 뜨거웠던 대한민국. 2024 인기 밈을 정리해 봤습니다.
연예인과 방송 등이 만든 ‘인기 밈’들입니다.
‘본투비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그룹 아이브 장원영이 만든 ‘원영적 사고’, ‘럭키비키’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장원영이 촉발한 ‘원영적 사고’는 팬들이 완성했죠. 평소 장원영의 엄청나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따라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나에게 좋은 일’이라는 결론으로 끝이 나는데요.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잘 될 거야”라고 귀결되죠. 이 사고의 마침표 같은 ‘럭키비키’는 행운을 뜻하는 럭키(Lucky)와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Vicky)를 연달아 쓴 언어유희입니다.
이 ‘원영적 사고’와 대척점에 선 ‘희진적 사고’도 올해를 휩쓸었는데요. 파란 모자에 녹색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고 ‘세기의 기자회견’을 열었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게서 파생됐죠.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맞다이 기자회견’에서 나온 민 전 대표들의 발언들은 이 ‘희진적 사고’와 함께 인기 밈에 등록됐습니다.
넷플릭스 인기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흑백요리사’에서 나온 발언들을 모르면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심지어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기 어려울 정도였죠.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의 “이븐(EVEN)하게 익었다”가 대표적이죠. 특히 익힘 정도에 민감하게 반응한 안성재 셰프는 ‘익힘 변태’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안성재 셰프의 심사평은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배민)’과 ‘쿠팡이츠’ 등에서 리뷰화됐는데요. 이와 함께 최강록 셰프의 “나야, 들기름”도 엄청난 밈으로 떠올랐죠.
이외에도 그룹 엔믹스 해원이 유튜브 채널 ‘워크맨’의 스핀오프 ‘워크돌’에서 승무원으로 변신하며 외쳤던 “외모 첵(체크)”와 2024년 마지막을 정말 화려하고도 강력하게 만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도 이에 해당합니다. 과거 윤 대통령의 사진들을 편집해 ‘다양한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죠.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던 경기도 안산의 한 햄버거집 또한 ‘계엄버거’, ‘내란버거’를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며 각종 밈의 선두에 서기도 했습니다.
역시 밈의 어버이는 인터넷과 SNS인데요.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언급돼 화제가 된 내용은 어김없이 ‘밈 화’가 되는데요. 사실 편의를 위해 분류를 해놨지만,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모든 밈은 인터넷이 발전(?)시킨 거죠.
이렇게 인터넷이 발전시킨 밈 중에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가 있는데요. 일명 ‘꽁냥이 챌린지’죠. 2021년 12월 27일 MBN 보도 내용을 활용한 밈에서 나왔다. 당시 서울 한강이 얼어 그 위로 고양이가 걸어가는 장면을 보도했는데, 당시 기자가 전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라는 멘트가 화제가 된 겁니다. 이후 멜로디가 입혀지며 챌린지로 번졌죠.
이와 비슷한 것이 ‘괜찮아 밈’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스트리머 알딘 테가르가 방송 중 무작위로 나온 말 중 하나인 “I’m Okay, I’m fine, 괜찮아~괜찮아~ 닝닝닝닝닝(딩딩딩딩딩)”이 한 시청자가 클립 영상으로 작업, 한국까지 퍼지게 된 건데요. 다양한 영상 효과로 쓰이는 밈이 됐습니다.
입에 착 붙는 그 노래는 밈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데요. 올해도 중독성 있는 노래들이 대표 밈으로 부상했죠. 아예 밈을 노리고 등장한 게 아닌가 싶은 노래도 있었는데요. 바로 ‘잘자요 아가씨’와 ‘마라탕후루’입니다.
다나카와 닛몰캐쉬가 결성한 듀오 ASMRZ가 발매한 싱글 제목인 ‘잘자요 아가씨’는 제목보다 가사인 ‘야레야레 못 말리는 아가씨’로 더 유명한데요. 일본 만화풍의 쿨한 집사 콘셉트로 등장한 두 사람이 느끼한 말투로 아가씨가 잠을 자지 않으면 집사들이 춤을 추겠다는 상황극이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죠. ‘중독되는 똥맛’이라는 격한 후기와 함께 숏폼 콘텐츠인 쇼츠와 릴스를 뒤덮는 밈이 됐습니다.
‘마라탕후루’도 중독성으로 밈이 된 케이스죠. 초등학생 인플루언서 서이브가 발매한 EP 앨범 ‘마라탕후루’는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주목받았는데요. 그저 마라탕과 탕후루만 기억하면 됐죠. ‘마라탕후루’는 ‘마라탕후루 챌린지’ 등을 통해 원하지 않아도 듣고 있는 밈으로 언급됐습니다.
이외에도 가수 비비의 음색에 힘입어 귀에 쏙쏙 박힌 ‘밤양갱’과 한국의 술 게임을 노래로 만든 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도 있는데요. 또 오페라 ‘리타’ 중 배우 최재림과 이경수가 부른 ‘묵찌빠’ 넘버가 2024년 재발굴 돼 ‘병맛 가사’로 인기를 얻었죠. “대학시절 묵찌빠를 전공했단 사실”, “묵찌빠로 유학까지 다녀왔단 사실”이라고 주고받는 대사가 귀에 쏙쏙 박혔습니다.
응원곡이 밈이 된 경우도 있는데요. KIA 타이거즈 응원팀에서 사용한 아웃송 댄스 ‘삐끼삐끼 춤’입니다. 치어리더들이 팀의 수비 상황에서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마다 특정 음악과 함께 추는 간단한 율동인데요. KIA의 아웃송은 음정이 ‘삐끼삐끼’처럼 들린다 해서 ‘삐끼삐끼 춤’으로 불렸죠. 특히 6월 이주은 KIA 치어리더가 얼굴 화장을 수정하던 도중 흘러나온 아웃송에 급히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 밈이 됐는데요. 숏폼 영상 콘텐츠로 유행하면서 SNS 챌린지 열풍이 불었고, 심지어는 외신까지 보도할 정도였습니다.
밈과 챌린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데요. 밈은 챌린지로 이어지고, 챌린지는 밈에서 오죠. 앞서 설명한 밈도 ‘챌린지 화’돼 인기를 끌었는데요.
“닌 이치가 이치 인니가 니 닌산가 산 인시가~”라는 가사와 함께 한발로 앞뒤로 움직이는 ‘구구단 챌린지’에 이어 “치피 치피 차파 차파 두비 두비 다바 다바” 가사의 ‘치피치피 챌린지’, “헤이 부기우기(부기) 방방 렛츠고 버디버디(바디바디) 붐붐” 가사의 ‘포켓몬 댄스 챌린지’, “시카 노코노코노코 호시탕탕” 가사의 ‘호시탕탕 챌린지’ 등이죠. 대부분 중독성 있는 가사가 챌린지의 시작이 됐습니다.
‘티라미수 케이크 캘린지’도 빠질 수 없죠. ‘티라미수 케익’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다정한 음색과 단순한 안무가 화제가 됐는데요. 2018년 뮤직드라마 ‘투 제니’의 남자 주인공인 김성철(박정민 역)이 극 중 자작곡으로 선보인 곡이 뒤늦게 화제가 된거죠. 원작자는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입니다.
이처럼 2024년 인기 밈은 재발굴된 것도 많죠. 새해에는 또 어떤 밈들이 재발굴과 탄생을 거쳐 기억 속에 남는 ‘인기 밈’으로 자리 잡게 될까요? 2025년 버전 기발한 챌린지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