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리츠, 미분양 ‘해결사’로 10년 만에 등장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입력 2024-12-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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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 초 가라앉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미분양 적체를 해결할 CR(기업구조조정)리츠를 10년 만에 재도입했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민간 건설사와 투자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장치이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한 이상 더 큰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307가구로, 전월 대비 1045가구(6.1%) 증가했다.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 3개월 만의 최대치다.

서울보다 지방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지방 비중이 전체의 79%(1만4464가구)를 차지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지방 거래가 줄었고, 동시에 매물도 적체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올 1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 일환으로 CR리츠를 활용한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지원 계획을 내놨다.

CR리츠란 여러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분양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자금난에 빠진 시공사는 외부 투자금과 임대주택 보증금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투자자로선 일정 기간 임대 운영 뒤 분양 전환이 가능하기에 출구전략이 비교적 확실한 편이다. 국토부가 업계 대상 수요조사를 한 결과, 지방 건설사에서 약 5000가구의 매입 수요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내년 12월까지 취득한 주택에 한해 현행 최대 12%인 취득세율을 1~3%(6억 원 이하 주택은 1%)로 조정한다. 조달 금리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 수준으로 낮추고 보증 심사 기간도 2주 이내로 단축한다.

CR리츠가 시장에 등장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건설업 침체가 찾아온 2014년에 각각 2500가구와 500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시장 정상화 추진에 나선 바 있다.

10년 만의 재도입에도 올 한 해 CR리츠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12월 현재까지 영업 등록을 신청한 CR리츠는 두 개뿐이다.

9월 KB부동산신탁이 550억 원 규모의 CR리츠 설립을 통해 전남 광양의 미분양 아파트 497가구 매입 계획을 밝혔다. 10월에는 제이비자산운용이 국토부에 CR리츠 영업 등록을 신청했다. 같은 광양 내 미분양 아파트 약 500가구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저조한 참여율이 낮은 사업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은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수요 자체가 적기에 CR리츠를 통해 미분양을 매입하더라도 언제 분양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의 기본적인 목표가 사회공헌이 아닌 이윤창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매입 확약을 통한 신용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다. 매입 확약이 있다면 지방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에도 투자자 유치가 비교적 쉬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LH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일반 미분양 물량 중심으로만 매입 확약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CR리츠 인가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회계법인, 자산운용사 등에서 CR리츠 출시를 고려하고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게는 수백 가구에서 많게는 수천 가구 이상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통상 금융권은 연초에 거래가 활성화되기에 CR리츠 인가도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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