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CT 전환 박차…"조직 슬림화·AICT 중심 조직 개편"
김영섭 KT 대표는 올 한해 국내 이동통신 3사 대표 중 가장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1년 간(2023년 12월 13일~2024년 12월 13일) 관련 기사 건수가 830건으로 통신 3사 대표 중에 가장 많았다. 125건으로 집계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대비 6.6배 많은 수치이다. 김 대표에 대한 많은 관심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집중돼 있었다. 빅카인즈에 따르면 김 대표 관련 기사의 연관어 중 키워드 빈도수가 가장 높은 단어는 ‘AI’(7040건)와 ‘인공지능’(553건)이었다. 김 대표는 올해 2월 통신 역량에 AI와 IT를 더한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컴퍼니’를 KT 비전으로 제시하고, AICT 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AI·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내년 1분기 AX(AI 전환) 전문 기업을 출범하기로 했다. 양사는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과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소형 언어모델도 선보인다. 내년 1분기 모델 개발에 착수해 2분기면 개발을 완료한다는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소형언어모델 ‘Phi(파이)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AI 모델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산업별 특화 AI 모델은 이미 기업·공공·금융 분야에서 영업을 나서고 있다. 또 KT의 서비스에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Copilot)’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총 2조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양사는 올해 6월 기본 계약을 체결했고, 9월 말 5년간의 파트너십 본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10월 AI 사업 방향을 공유하는 AICT 사업 전략 간담회에서 “MS와의 협력으로 AI·클라우드 역량을 갖추면 KT는 대한민국의 기업·개인 고객에게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한 맞춤형 A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체결 전까지 김 대표는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과 수차례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며 소통했다. 한국형 AI·클라우드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제공하자는 게 양사의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와 사티아 회장은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공감대를 쌓았다. 김 대표는 한국 산업 전반에 영향력과 기여를, 사티아 회장은 AI를 통한 인류와 나라에 대한 영향을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MS에서 KT와의 가능성을 30%, 나머지 70%는 한국 시장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본 것 같다”고 언급했다.
KT의 2025년 조직개편도 ‘AICT’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방점을 뒀다. 먼저, KT는 흩어져 있던 AI B2B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B2B 사업을 총괄해 온 ‘엔터프라이즈 부문’에 AI 분야 융합사업을 담당했던 ‘전략·신사업부문’을 합쳤다. 새로운 엔터프라이즈부문은 AI·클라우드·플랫폼 등 신사업분야 사업역량까지 갖춰,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해 상품의 기획부터 제안·수주·이행까지 제공한다.
AICT 컨설팅 조직도 강화했다. 클라우드·AI·IT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았던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은 ‘전략·사업컨설팅부문’으로 확대 재편한다. 해당 부문에는 AX 전략사업 발굴·제안·수행 지원을 맡는 ‘GTM본부’, 차세대 IT 프로젝트 이행 등을 맡는 ‘TMO본부’, MS 등 국내외 테크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SPA본부’의 세 조직을 신설했다.
KT는 동시에 호텔 등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조직 슬림화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직 개편 및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임원은 10% 넘게, 전체 직원은 그룹사 전출자를 포함해 23%가량이 줄었다.
통신 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 김 대표가 부임했을 때부터 그가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구조 혁신에 나설 거로 전망했다.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부장, 2007년 LG CNS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김 대표는 LG CNS 대표 시절에도 선택과 집중을 내세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경험이 있다.
KT는 지난달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잡음을 겪었다. 네트워크 운용 자회사를 설립하고 직원들을 전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임원이 직원에게 자회사 전출을 압박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직접 사내방송에 나서 “최근 회자된 불미스러운 사례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빅테크들이 과감히 혁신해 성장하는 동안 국내외 통신사는 십수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AICT 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심각한 국면에 빠질 것이다. 구조의 혁신은 경영자의 책무로 반드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 현재 구성원과의 갈등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모양새다. KT 측은 현재 네트워크 기술 전문회사 ‘KT 넷코어(Netcore)’와 ‘KT P&M’ 내년 1월 출범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다. 다만 자회사 전출 대신 잔류를 선택한 직원 2500여 명의 운영 방안은 아직 노동조합과 논의 중이다.
MS와 협력 속에 KT만의 자사 기술과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도 숙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속에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MS만 쳐다보고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내면서도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적인 제품을 낼 수 있는 AX 시스템을 제공하고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