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 손발 묶으면 위기관리는 누가 하나

입력 2024-12-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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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국정 안정을 호소했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 국정이 일관성을 갖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재외공관, 외신 등 다각도 채널을 통해 국제사회에 적극 알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과 정부의 경제 안정화 노력을 국제기구, 신용평가기관들과 직접 만나 설명하는 등 신인도에 영향이 없도록 각별히 노력해달라”고도 했다.

국무회의는 행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한다.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식물 상태가 된 만큼 부의장인 총리가 이끌 수밖에 없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17개 조항이 있다. 예·결산, 정책과 법률, 시행령 개정, 군사에 관한 중요 사항이 다 여기에 속한다. 국무회의가 멈추면 정부 기능도 정지되는 구조다. 어제 회의는 그런 측면에서 비상계엄 파문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란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관리에 나선 총리를 겨냥해 탄핵소추를 검토하고 있다. 이해가 어렵다. 민주당은 이미 총리를 내란죄 혐의로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고발했다. 특수단은 이에 따라 출석을 요구했다.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0명에게도 출석요구서가 전달됐다. 특수단은 “피고발인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총리 발목은 물론이고 장관들 발목도 잡힌 형국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내란 상설특검’ 수사대상에 총리 이름을 올렸다. 탄핵소추는 설상가상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아예 손발을 묶겠다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잘못이다. 책임 소재를 가려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총리마저 도매금으로 묶을 일인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3일 밤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니 불법 행위를 방조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되는 바로는 총리는 계엄 선포에 강력히 반대했다. 탄핵 근거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은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 번째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계획대로 탄핵이 의결되면 당장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할 사람이 총리다. 현재도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이 헌정 사상 처음 의결된 오늘 국회 본회의에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그런 총리를 고발하고 특검 수사 대상에 올리고 탄핵까지 한다고 벼른다. 국민이 공감하겠나.

전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는 비상시국에 총리를 이렇게 몰아세우는 것은 제 발등을 찍을 다수당 횡포에 불과하다. 해외 시선은 그러잖아도 싸늘하다. 미국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 사태에 대한 비싼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을 갖고 분할해서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이기적 작태로 국민 부담을 늘릴 작정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는 누가 할지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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