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주주’ 설득 카드 꺼낸 MBK “최윤범 측도 이사회 참여”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지적하면서 △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전량 소각 △투자심의위원회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강행한 이후 주식 유통 물량이 많이 줄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일반 공모 유상증자가 아니라 주식 액면분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5대 1 또는 10대 1 분할이 일반적이다. 김 부회장은 “보통 10대 1로 많이 한다. 10대 1로 액면분할하고 변경 상장한 뒤 거래량을 보면 2개월 내 17.6배, 3개월 뒤에는 13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0대 1로 분할하면 주가는 현재 150만 원대에서 15만 원대로 낮아지고, 유통 물량은 증가해 일반 주주들의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한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253만9725주(발행주식총수의 12.3%)를 전량 소각하고, 배당 정책 공시를 정례화해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COE·주주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에 근접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매년 중장기적인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위원(분리선출 사외이사)을 선임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이사회 결의로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를 지정하는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는 앞서 고려아연이 추진하겠다고 한 기업설명(IR) 전담 사외이사와 성격이 비슷하다. MBK는 한국지배구조개선 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는 천준범 변호사를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로 고려 중이다.

아울러 △내부거래위원회 권한 강화 △투자심의위원회 신설 △ESG·양성평등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내부거래위원회 권한을 강화해 심의 대상에 주요 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부터 등기·미등기임원 및 그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도 들여다보고, 일정 규모 이상 혹은 본업과 무관한 투자는 투자심의위원회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내부거래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는 MBK가 꾸준히 지적해온 원아시아파트너스·이그니오홀딩스·씨에스디자인그룹 등의 투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1조2000억 원 규모의 불필요한 투자로 지난 5년간 2조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날 발표한 방안은 내달 23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진 않는다. 김 부회장은 “아직 회사의 외부자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이런 안건을 검토한 다음 정기 주총 등에서 다뤄야 한다”며 “또 임시 주총에 안건이 너무 많아 주주들이 헷갈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다음 주나 다다음 주쯤 2대 주주(최 회장) 측이 정관 개정안을 발표할 텐데 그중 수용할 내용은 수용하고 소액주주의 의견도 모아 일관되게 개혁해야 한다”며 “이사회 진입에 성공해도 최씨 일가가 2대 주주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주주 협력을 위해 최 회장 등이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