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소년작가의 첫 개인전…그림 속 눈으로 세상 봐요[區석區석-양천구 문화진흥사업]

입력 2024-12-11 06:00수정 2024-12-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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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오목공원서 양예준 군의 첫 개인전 개최
발달장애 작가의 특별한 전시…세상으로 가는 한 걸음
양천구 문화진흥기금 사업, 지역 내 예술인 성장 도와

▲서울 양천구 오목공원의 오목한미술관에서 열린 양예준(왼쪽) 군의 개인전 '보는 것은 기억이고 사랑이에요' 현장에서 예준 군과 어머니 장윤경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천구)

“저를, 그리고 저희 아이를 ‘장애도’라는 섬에서 꺼내준 것이 그림이었어요.”

서울 양천구 오목공원에 위치한 ‘오목한 미술관’에서는 지난주 2~7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발달장애 청소년 화가 양예준 군의 첫 개인전인 ‘보는 것은 기억이고 사랑이에요’ 전시회다.

6일 전시회에서 만난 예준 군의 어머니 장윤경 씨는 예준 군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일을 떠올렸다. 7살 무렵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예준 군은 외부자극에 대한 불안으로 혼잣말을 하거나 연필을 잡고 흔드는 상동행동(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했다. 이에 윤경 씨는 아들의 앞에 전지를 놓았고, 예준 군은 기적처럼 수많은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미술학원, 방문 미술 선생님 등은 예준 군의 장애를 이유로 교육을 거절했다. 예준 군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화풍을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윤경 씨는 아이의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했다. 예준 군은 이렇게 약 100차례 공모전에 참가해 대상 16개를 포함, 68번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는 예준 군의 그림 42점이 전시됐다. ‘꽃잎을 불고 있는 우리 엄마’, ‘우리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오랑우탄’ 등 예준 군의 기억 속에 있던 장면이 예준 군의 손을 통해 재탄생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발달장애 특성상 사람과 눈맞춤이 어렵지만 작품 곳곳에 배치된 ‘눈동자’ 이미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예준 군의 독특한 화풍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윤경 씨는 “이번 전시 기간를 준비하며 매일이 축제 같은 느낌이었다”라며 “아이도 개인전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좋아했다. 전시회를 통해 세상으로 조금은 더 스며들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얻은 개인전 기회…양천구, 예술 지원 이어간다

▲'보는 것은 기억이고 사랑이에요' 전시회에 걸린 양예준 군의 작품들. (사진제공=양천구)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했던 점은 예준 군과 윤경 씨 모두 양천구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이라는 점이다. 예준 군은 이미 여러 전시회에 작품을 냈지만 나고 자란 지역에서 첫 개인전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기회였다.

예준 군이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건 양천구가 운영하는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은 양천구가 지역 내 역량 있는 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예술적인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에게는 지역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오목공원이 아파트 단지, 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만큼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전시회를 찾아 작품을 감상했다.

윤경 씨는 “양천구에서 처음 개인전을 열게 돼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이처럼 일반인들과 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나는 다양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을 시작한 양천구는 이번 전시회 외에도 △청소년 △청년 △장애인 △시니어 △어르신 문화예술 교육 등 5개 분야 29개 팀에 68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장애인 예술가의 다양성과 재능을 알리고 문화예술로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내 예술적 재능이 있는 장애인들을 발굴하고 지역예술인들이 창의성과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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