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등의 불이 된 ‘인권경영’

입력 2024-12-09 18:59수정 2024-12-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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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법무법인(유한) 율촌 공인노무사

인권경영의 시대…인권 리스크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 김수현 법무법인(유한) 율촌 공인노무사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에 아동‧강제노동이 얽혀 있다면? 매일 아침 빠르게 배송 되는 물건에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이 있다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되는 허위 정보와 혐오 발언이 방치되어 사회적 갈등과 폭력을 초래한다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환경 파괴나 지역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면? 기업은 이런 문제를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나이키는 1997년 광고비로 수천만 달러를 지불했지만 나이키의 제품을 만드는 근로자는 아시아 국가의 아동이었는데, 열악한 근로 환경 문제로 큰 논란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나이키는 ‘착취공장’으로 낙인찍히며 국제적 비난을 받아 기업 이미지가 상당히 훼손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법적 소송과 조사 대상이 되며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낳았다. 매출이 감소하고 기업 성장이 둔화됐다. 이에 대응하고자 나이키는 근로조건 개선, 공급망 개선, 각종 캠페인에 막대한 비용을 쏟았다.

이제는 기업이 인권 문제를 경시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비난과 법적 제재,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기업의 역할이 단순히 이윤 창출에서만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인권 침해를 예방하는 ‘인권경영’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2027년 7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 기업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지침 적용으로 인권경영은 주요 대기업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대기업의 공급망 안에 있는 수천 개의 협력기업들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인권경영 실천의 대표적 기업인 A 사는 일찌감치 인간존중경영을 선언하고 인권정책을 수립했다. 이후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그리고 공급업체에 인권경영 교육 및 컨설팅 등을 지원해 문제해결에 앞장섰다. 공급업체 중 한 곳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인권경영을 비즈니스 관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인권경영 기업으로서 미래를 다져나가고 있다. B 사의 경우에는 EU 공급망 관련 직접적인 실사지침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그룹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방침에 따라 미리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 유엔 기업과 인권지침(UNGP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및 최근 대두되고 있는 EU의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ESRS) 및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CSDDD) 등 다양한 국제 규범들 속에서 인권경영을 위해서 인권 리스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사실 인권은 그 개념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기업 실무자들은 이 개념을 실질적으로 기업경영에 있어 어떻게 실행에 옮기고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인권경영 담당 실무자들은 사업 영역이나 지역, 연령, 직군 등에 따라 그 리스크가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무엇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인권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업은 예방적 접근 방법과 대응적 접근 방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방적 접근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인권 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가 우선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인권 실사는 기업이 인권 침해 위험을 사전에 식별‧예방‧완화‧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과정으로 기업의 산업 특성을 고려해 발생 가능한 모든 종류의 인권을 존중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할 것을 요구하는 접근법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리스크를 식별하고, 인권 침해의 심각성과 발생가능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자원을 집중 배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은 관련 정책 및 규정을 수립하고, 이행‧모니터링‧평가를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응적 접근으로는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점검과 인권 실사, 데이터들을 활용한 모니터링 및 감시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고충처리 및 구제절차 시스템을 통해 인권침해 사례 발생 시 신속히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인권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위험을 사전에 식별‧최소화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인권경영을 담당하는 한 부서나 담당자의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인 협력과 전략적 방향성을 바탕으로 인권경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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