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정족수 못 채워 투표 불성립
한덕수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정족수에 못 미쳐 투표 자체가 무산되자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무총리로서 국민의 마음과 대통령님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현상황이 조속히 수습돼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로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또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일상이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맡은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달라”고 당부하고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이주호 사회부총리에게 “현상황이 우리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함께 세세한 부분까지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날 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총리 서울공관에서 긴급 회동하고 약 1시간 20분 동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악화한 민심과 국정 수습책을 논의했다. 한 대표는 한 총리에게 "민생 경제와 국정 상황에 대해 총리께서 더 세심하고 안정되게 챙겨주셔서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고 한 총리는 "앞으로 당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민생 경제를 잘 챙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국정 안정 대책을 당과 정부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 권한대행급으로 긴급국무회의를 여는 등 국정 공백을 메우고 민생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불안을 달래기 위해 대국민담화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과의 당정협의도 더 자주 열릴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에 따라 내각 총사퇴 논의가 있었지만, 당분간은 현 체제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 분위기에서 정부부처 장관급 인사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다.
다만 벌써 야당에서 탄핵 재추진 얘기가 나오는 등 여야의 극심한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국 불안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대신 책임총리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기 떄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가 내각제를 한다면 가능하지만, 대통령제하에서는 근거가 없다”며 “책임 총리를 한다고 역대 모든 정부가 얘기했는데 실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허락해주는 한도 내에서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가 나서더라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들은 추진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발표 예정인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감세와 규제정책, 4대 개혁에 대한 톤이 한층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