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정제 마진 악화로 하반기 수익 '적신호'

입력 2009-07-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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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 마진 축소세 지속…이르면 3분기 말 회복 전망도

세계 경기 하강 우려와 석유제품 수요부진에 따른 정제 마진 악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정유업계의 하반기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정유사들은 세계경기회복을 주시하며 수익성 확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배럴당 5.1달러 차이났던 벙커C유와 휘발유·경유·등유의 가격차(단순정제마진)가 6월 말 현재 2.4달러까지 떨어지며 정유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기본적으로 두바이유를 수입해서 휘발유, 경유, 등유, 벙커C유를 생산해 판매한다. 때문에 원료인 두바이유 가격과 제품인 휘발유 등의 가격차이에 따라 정유사의 수익성이 결정난다.

올해 2분기 단순정제마진은 배럴당 3.3달러로 직전분기(1분기)의 5.1달러보다 35% 하락했다. 수요부진에 따른 가격상승폭 둔화에 따른 것이다. 특히 연초 배럴당 7~9달러를 유지하던 단순정제마진은 65~75% 가량 하락한 6월 말 기준 2.4달러로 떨어졌다.

원료-제품의 가격차인 정제마진은 이미 지난 5월부터 국제적인 수요감소로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 6월 첫째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과 국제휘발유가격차는 배럴당 7.22달러였으나 7월 셋째주 가격차는 4.54달러로 37.1% 하락했다.

국제경유가격과의 차이도 6월 첫째주 배럴당 8.78달러였으나 7월 셋째주엔 5.78달러로 34.2%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제석유제품가격이 적게 오르는 반면 국제유가 하락시에는 더 빨리 떨어져 정제마진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또한 북미지역의 제품재고가 4월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실물경기 위축으로 수송용 연료의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유지해 주던 고도화설비의 마진도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고도화설비란 벙커C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경유, 등유를 생산해해는 공정으로, 정유사들은 가격이 낮은 벙커C유를 사용해, 높은 가격의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벙커C유와 휘발유·경유의 가격차가 10달러 미만이여서 고도화설비 가동에 따른 마진이 적거나 마이너스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3·4분기 실적도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마진축소세에 대한 원인으로 정유사들은 실질적인 수요부진, 인도 릴라이언스 등 신규증설에 따른 물량증가, 유가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릴라이언스(일산 58만배럴)와 중국 CNOOC(일산 14만배럴)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상업가동을 시작했고, 중동지역에 새로 지어진 정유공장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불경기로 인해 휘발유, 경유의 국제수요가 하락하고 있어 수급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증권시장 일각에서는 빠르면 3분기 말부터 정제마진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준규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각국의 경기부양책 효과에 따른 수송용 및 난방용 원료에 대한 수요 증가를 시작으로 신규증설 물량이 해소되는 3분기 말부터는 회복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급격한 유가급등락이 없는 한 정제마진의 개선 폭은 점진적으러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경기 침체와 정제마진 악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대규모 투자 결정시 종전보다 더욱 세심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일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화석연료 비중의 점진적 약화로 미래의 사업환경이 정유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데다가 세계경기 침체와 정제마진 악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투자의운선 순위, 규모, 시기 등이 적절치 못하면 영업수익성 및 재무안정성에 주는 악영향이 호황기에 비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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