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뻔한 총수 일가 금호산업 245만주, 계열사가 다시 매입
이달 들어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상무와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 등은 금호산업 보유 지분 5% 가량을 팔아치우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이들 총수 일가들이 팔아 치운 지분은 자금사정이 어려운 계열사들이 다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재계 일부에서는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큰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총수 일가의 손실을 계열사들이 떠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얼마나 팔고 샀나?
지난 2일 주식 시장이 마감된 3시 직후 금호산업 주식이 대규모로 장내로 쏟아졌다.매물을 내놓은 주인공은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과 박세창 그룹 전략기획본부 상무.
이들은 내놓은 금호산업 지분은 각각 41만여주씩 82만여주였다. 이 주식은 장 마감 동시 호가에 모두 그룹 계열사인 금호렌터카가 매입했다. 이튿날인 3일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박 상무와 박 부장이 장 마감 시간에 맞춰 각각 37만주씩 74만여주를 쏟아낸 것이다. 이 주식은 금호개발상사가 동시 호가에 사들였다.
6일에도 같았다. 박 상무와 박 부장은 시간외 거래로 89만4000여주를 매각했으며, 이 주식을 금호개발상사가 매입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2ㆍ3ㆍ6일 박 상무와 박 부장 등 총수 일가가 내놓은 금호산업 지분은 245만2540주에 이른다.
또 같은 날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 등 그룹 계열사가 사들인 금호산업 주식은 245만2540주다. 이는 금호산업 총 보통주식수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총수 일가들이 주식 시장에 내놓은 금호산업 지분이 그대로 그룹 계열사로 흘러들어간 셈이다.총수 일가들의 금호산업 매각 대금은 그대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는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박찬구 회장은 지난달 6일 금호산업 주식 34만주(지분율 0.70%)를 주당 1만7004원에 장내 매도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도 지난 3일 금호산업 35만주(지분율 0.72%)를 주당 1만3000원에 팔았다.
◆매각 이유에 대한 의문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금호석유화학 단일 지배구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이뤄진 거래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 매각 등이 진행중으로 향후 대우건설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이 지주사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기존 양대 지주회사중 하나인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매각하면, 지주회사가 자산 50% 이상을 계열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주회사 요건에 맞지 않게 되면서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금호석화로 단일화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설명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과 함께 풋백옵션 등의 문제로 금호산업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구조를 보면, 대우건설 매각이 결정되기 이전에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60% 가량으로 사실상 지배구조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태다.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큰 총수 일가가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이 계열사가 그대로 흘러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분 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기기 위한 사전 매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한 계열사가 흡수합병을 추진했던 회사인 점도 총수 일가들의 거래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하는 부분이다.
금호렌터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426억원을 기록했으며, 현재 영업권을 대한통운에 넘긴 상태로 사실상 겉모습만 있는 회사다. 최근에는 금호개발상사와 0대1의 비율로 흡수합병이 추진됐다가 최소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최근 계속되는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며 회사측에서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