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예산 충돌에…서민정책금융 증액 '물거품' 위기

입력 2024-1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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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불발 땐 정부 원안대로
서민정책금융 공급액 6100억 줄어
취약차주 불법 사금융 내몰릴 위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두고 여·야간 충돌이 이어지면서 서민정책금융 예산 증액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내년 경기침체 심화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저신용·저소득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10일까지 여야 간 협의를 이뤄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두고 “(감액 예산안 사과와 철회)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그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지로 상정 일정이 미뤄졌다. 우 의장이 “여야가 정기국회가 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등 야당은 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분을 제외하고 삭감 내용만 담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여ㆍ야간 갈등이 격화됐다.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된 예산도 원안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이 중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된 서민정책금융 예산 930억 원도 포함된다.

햇살론15는 대부업·불법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저소득자들이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면 은행 대출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햇살론15’ 예산을 900억 원을 편성했다. 금융위와 서민금융진흥원은 해당 예산을 기반으로 내년에 6500억 원 규모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서민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서민금융 예산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정무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정부의 햇살론15 지원 예산을 550억 원 늘렸다. 같은 이유로 ‘최저신용자 한시 특례보증 사업’ 관련 출연 예산도 560억 원에서 370억 원을 추가로 증액했다.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서민정책금융 공급액이 6100억 원 정도 줄어든다. 이는 가계부채 관리로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이 대출 창구를 닫아 걸으면서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저신용·저소득자에게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민들이 카드론 등 급전 대출로 몰리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카드론은 다른 금융사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대신 심사 등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당장 쓸 돈이 부족한 서민들이 찾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220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8355억 원에서 6조6669억 원으로 1686억 원 늘었다.

정무위 관계자는 “(서민정책금융 예산에 대해) 아직 내용을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게 전혀 없다. 예결위로 이미 올린 사항이기 때문에 본회의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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