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공개되며 30여 년 만에 재건축의 막이 올랐다. 6월부터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달려온 분당과 일산 주민 사이 상반된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다만 준공까진 갈 길이 멀다. 공공기여와 용적률로 인한 추가 분담금과 사업성 하락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9개 구역, 15만3000가구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에 나선 결과 13개 구역, 3만6000가구가 선정됐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분당(1만948가구)과 일산(8912가구) 물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대감에 부풀었던 분당과 일산에서는 선정 여부에 따라 주민 사이 희비가 갈렸다. 분당에서 선도지구로 지정된 샛별마을(금호·청구 등)과 양지마을(동성·라이프 등) 시범단지 2구역(우성·현대 등)은 축제 분위기다. 양지마을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분당 단지 중 가구 수가 가장 많고 지분 공유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재건축이 어려울 것이란 말이 많았는데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소유주 간 갈등 없이 빠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산에선 백송마을(1·2·3·5단지)와 후곡마을(3·4·10·15단지) 등 3개 구역이 재건축 포문을 연다. 후곡마을 3·4·10·15단지 통합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재건축 시 경의·중앙선과 서해선이 지나는 일산역 초역세권이라는 잠정과 경기에서 손꼽히는 학원가라는 두 장점으로 일산 내 최고 유망 단지가 될 것”이라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선도지구 선정이 유력했던 분당 시범단지 1구역, 일산 강촌·백마 통합단지 등은 여유를 갖고 재건축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시범단지 1구역 소유주는 “사업이 1년 늦어지더라도 그사이 공공기여분을 재조정하면 분담금이 줄어 오히려 주민 선호도가 더 높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촌·백마마을 주택 소유주는 “선도지구에서 제외돼 주민 사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긴 하지만 타 단지보다 대형 주택형이 많은 편이라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하기에 후발주자로 사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에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은 단지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주민 제안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민 동의율이 50% 이상인 단지가 정비계획을 마련해 재건축 의사를 밝히면 연차별 정비물량 내에서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분당에선 벌써 분담금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도지구 선정에 도전한 분당 대부분 단지는 공공기여와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는 등 추가 항목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주민 동의율이 비등비등한 인근 단지들과의 경쟁에서 당락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 같은 항목이라고 생각해서다.
재건축 추진이 본격화되면 공공기여 등으로 인한 분담금이 커져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거나 합의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 지원으로 사업 절차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추가 부담금을 맞닥뜨리면 목표로 내세운 2027년 착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산은 용적률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양시가 설정한 일산 아파트의 재건축 기본계획 기준 용적률은 300%로, 전체 1기 신도시(분당 326%, 평촌·산본 330%, 중동 350%) 중 가장 낮다.
이에 일산 주민들은 적어도 분당 수준까지 용적률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고양시는 공공기여 확충을 통한 용적률 혜택을 받는 방법 외에 기본 용적률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990년대 조성된 일산신도시는 용적률이 200% 내외라 기존 방식으로 정비하기에는 전반적으로 사업성이 좋지 않다”며 “별도의 특례가 주어지지 않으면 정비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단지는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