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고 추워도 내 집에 들어갈 수 있다니까 마냥 좋네요. 애기 키우면서 잘 살아봐야죠"
- 일반분양 당첨자 B씨(40).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며 관측 이래 11월 최고 적설량을 기록한 27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오랜시간 입주를 기다려온 주민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 단지는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을 통해 35층, 85개 동, 총 1만2032가구의 미니 신도시급으로 재탄생했다. 앞서 2022년 6개월 간 공사가 중단되는 등 부침도 있었지만, 마침내 입주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날 오전 본지가 찾은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단지 입구부터 이삿짐 센터와 가구·가전, 청소 업체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며 입주 첫날임을 실감케 했다. 기자가 한달 전 사전점검 당시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단지 내 조경, 어린이집, 경로당, 커뮤니티 센터, 상가 공사 등이 대부분 마무리 돼 입주자를 맞을 채비를 끝낸 상태였다.
단지 내 마련된 조합입주지원센터는 이른 아침임에도 입주증 발급과 키 수령을 위해 기다리는 입주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신혼부부, 어린 자녀 손을 잡은 부부까지 저마다 목도리와 패딩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해 입주에 대한 설렘이 느껴졌다.
다만 입주 첫날인 만큼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입주지원센터를 방문한 입주민 수에 비해 현장에 배치된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업무 처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안내가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둔촌주공 조합원 C씨는 "대기번호 206번을 받고 오전 9시부터 11시가 되도록 기다리고 있다. 정확한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 없고, 대기 공간도 충분하지 않아서 복도 계단에 앉아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입주자 D씨 역시 "다른 아파트 입주날 보다 더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영수증 확인 등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아서 속도가 느리고, 안내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머드급 단지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일대 전셋값이 조정을 받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지정기간은 이날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다. 이 기간 세입자를 구하려는 매물이 다량 쏟아져 나온다면 전세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장에선 정부의 대출 규제와 매물 부족으로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현재 전용면적 84㎡ 기준 전세 시세는 8억 후반~10억 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 자체가 많이 없다. 세입자를 구할 사람은 이미 다 구했고, 대출이 묶이고 나서는 거래도 많지 않다"며 "과거 헬리오시티 입주장 처럼 가격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만큼, 매매 가격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전용 84㎡는 23억~24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호가는 25억 원 수준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제 22억7000만 원에 급매물이 나왔는데 가격 흥정도 없이 바로 팔렸다. 오늘 아침에도 매수 손님이 다녀가는 등 대기 수요가 많다"며 "대출 문제로 매매가 어려운 분들은 13억~14억 원 정도 융통해서 갭투자를 많이 하려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일반분양의 실거주 의무 기간이 끝나는 2026년 후반이 되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둔촌동 일대 공인중개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 2년을 채우고 일반분양 매물이 나오면 가격이 소폭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