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하나, 둘, 셋!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대퇴부의 근육이 불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을 때까지 동작을 계속 반복하였다.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에 찬 물을 가득 틀어놓고, 얼굴을 푹 담갔다. 마치 물속에 잠수한 듯이.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하아!” 가쁜 호흡과 함께 얼굴을 들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마치 수렁에서 탈출한 듯이 엉망이 된 몰골이었으나, 눈빛과 표정만은 생기가 넘치었다. 생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이 든다는 듯한 그런 낯빛이었다.
잠시 거실을 거니는 동안 다시 여러 회상이 스쳐 지나간다. 초등학교, 선생님께 크게 칭찬받고 날아갈 듯 기뻤었고, 중학교, 한 친구와 브로맨스라 할 만한 우정을 나누었으며, 고등학교, 모의고사 성적이 올라 어머님의 포옹을 받았고, 대학, 처음으로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 인생은 다양한 모양새가 있는데, 아까는 실패했던 기억만 취사 선택했던 것이다.
“저도 그런 부정적인 사고의 늪에 자주 빠져 밤새 헤어나지 못하곤 해요.” 내 사소한 개인사의 한 토막을 듣던 환자가 화답하였다. “저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해코지를 하곤 했어요.” 그의 손목엔 흉터가 어지러이 새겨져 있다. “지금 제가 했던 방법은 건강한 해코지의 한 종류예요. 강한 강도의 운동.” 그는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손목 긋는 것보다 훨씬 강한 강도일 거 같아요.”
“힘든 인생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고행도 좋은 방법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잠시 마주하다 치료를 끝냈다. 침묵 속에 서로 깊은 교감이 오가는 것을 느끼며.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