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서리풀지구 ‘5년 내 분양’ 약속했지만… 토지보상에 '발목' 우려

입력 2024-11-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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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 서리풀지구 위치도.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공공주택 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짙다. 택지개발 사업에선 토지 보상에 발목을 잡혀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잦은데 정부가 제시한 계획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서울 서리풀지구 등 수도권 신규 택지 4곳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2029년 첫 분양을 목표로 내놨다. 첫 입주는 2031년으로 계획을 잡았다. 3기 신도시 중 사업이 가장 빨리 진행된 인천계양의 경우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 이후 5년 9개월 만에 분양했으니 이번 사업에선 기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정부는 지구지정 전 보상조사 착수와 지구계획 수립 조기화 등 새로운 방식을 통해 행정절차를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필요한 경우 원형지 공급도 추진한다. 별도의 부지조성 절차 없이 바로 주택 공사를 할 수 있는 땅은 그대로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신규택지에 지장물(공공사업 시행을 위해 철거, 이전해야 하는 물건)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농지 비율이 높고 창고와 비닐하우스 등은 소수인 편이라 다른 지구에 비해 보상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규택지 지정과 함께 따라오는 토지보상이 늘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토지보상은 환지와 수용 방식으로 진행된다. 환지는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개발 이후 해당 토지에 귀속된 모든 권리를 그대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개발하려는 곳의 땅값이 현저히 높은 경우 주로 활용된다. 사업 초기 비용이 낮다는 이점이 있으나 법적 절차가 복잡하고 이해 관계자 사이 갈등 발생 등을 이유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사업 속도가 관건인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은 주로 수용 방식으로 진행된다. 토지와 지상물에 대한 권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사업시행자가 전면 매수하는 것이다.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 기관에 의뢰해 받은 감정가를 토지 소유자에게 제시하는 식으로 협의를 추진한다. 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의 지가는 올라가기 마련이라 일반적으로 감정가는 시가보다 낮다.

만일 토지 소유자가 이를 거부하면 수용재결 절차를 통해 강제수용하게 된다. 강제수용에 불복하는 토지주는 정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가게 된다. 사업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그린벨트 지역은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시갑)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총 34곳 중 입주가 완료된 곳은 3곳에 불과하다. 10년 동안 △의왕고천지구(2016년 해제, 2020년 8월 입주) △서울 수서 공공주택지구(2018년 해제, 2023년 2월 입주) △인천 가정2 공공주택(2019년 해제, 2023년 10월 입주)만 준공됐다.

이미 입주를 마친 3곳을 제외하면 주택 착공에 돌입한 곳은 9곳(26.5%)뿐이다. 전체의 70%가량인 23곳은 주택지구 지정부터 입주까지 8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4월 그린벨트가 해제된 울산시 중구 울산다운2 공공주택지구는 12년 동안 사업에 진척이 없다가 2022년 상반기가 돼서야 착공, 올해 입주를 앞뒀다. 경기 김포시 김포고촌2 공공주택과 군포시 대야미 공공주택은 2019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으나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남양주진접2와 구리갈매역세권 또한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2018년 7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이후 6년 넘게 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입주 예정일도 2027년으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그린벨트 해제도 정부의 계산처럼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공사 과정에서의 돌발변수가 최소화되는 동시에 정부의 적극적인 실행이 맞물린다면 일정 준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만 2029년 분양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현재가 아닌 미래 시장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보는 게 맞다”며 “제조업과 달리 일관된 생산환경의 설정과 유지가 어려운 건설업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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