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완섭 재미언론인
트럼프는 승리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다시 뛰겠다”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을 강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거듭 공언했다. 이를 위해 모든 게 바뀌어야 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꿀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바꾸겠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1기 때보다 급진적이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예단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 당시 바이든 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는 미국인은 71%나 됐다. 주로 민생에 대한 불만이다. 승패를 판가름하는 경합주, 그 가운데서도 중도층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해리스는 믿을 수 없다” “민주당이 달라진 게 없다”라는 반응이었다. “지쳤다”라는 응답도 많았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주 등 러스트 벨트 지역은 물론 다른 경합 주에서도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압승을 한 이유다.
과연 2기 트럼프는 민심을 풀어 줄 수 있을까. 1기 트럼프 경제정책, 즉 트럼프노믹스의 요체는 규제 완화, 보호무역주의, 무역적자 해소, 일자리 창출, 제조업 촉진이었다. 결과는 바이든에 패배한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트럼프가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은 보호무역 정책. 미국기업을 보호하고, 제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지나친 보호무역 정책은 무역 감소와 비용 증가로 이어졌고,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 중국 관세인상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다. 집권 당시 3% 수준이었던 평균 관세를 4차례에 걸쳐 21%까지 올렸다. 중국도 같은 수준의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높아져 인플레이션만 악화시켰다.
2기 트럼프노믹스도 큰 틀에서 1기 때와 다르지 않다면 중국은 물론 한국 등 모든 무역 상대국은 또 한 번의 ‘관세 폭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수입품에 10~20%의 관세, 중국산에 대해선 평균 60%의 막대한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다른 무역 상대국들에도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2기에서도 관세인상을 밀어붙이면 인플레이션이 3%에서 내년에는 3.6%로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임금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부자 감세는 투자와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불균형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동시에받고 있다.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불법 노동자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농업, 건설, 소기업에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들이 쫓겨날 경우 저임금 노동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자율을 낮추겠다는 공언도 뜻대로 될 지 의문이다. 통화정책은 독립성이 보장된 연방중앙은행 소관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조차 2기 트럼프호의 경제정책을 위험천만하게 보는 더 큰 이유는 그의 럭비공 같은 성향 때문. 막상 문제에 봉착하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그가 캠페인 도중 미시간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횡설수설 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법이민자 추방과 연방은행 독립성 훼손 등도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는 트럼프가 더 나을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막연한 기대가 선거 승리를 이끌어냈음 직하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과 트럼프는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자칫 무리수를 두다간 또다시 절반의 성공, 인플레이션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Wanseob.k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