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구조개혁 마지막 제언…거주·투자 결합 ‘한국형 뉴 리츠’

입력 2024-11-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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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한국금융학회, 5일 공동 정책 심포지엄 개최
한은 금융안정국·서울대 김경민 교수 공동 연구
“주택구입 자금 부채→민간자본 대체…가계부채 누증 완화”
“시세차익·배당 수령으로 자산 축적 가능…기존 전·월세 수요 기대”
전문가 “SH·LH, 양질의 택지 제공 가능성 살펴야…경기변동 영향도 고려해야”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오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가 지난달 2년만에 상승 전환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8월 이후 23개월간 하락했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가 지난 7월 보합을 이룬 데 이어, 8월에는 전달보다 0.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면서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한국은행이 올해 구조개혁 과제로 거주와 투자를 결합한 ‘한국형 뉴(New)리츠’를 제언했다. 새로운 형태의 주거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가계부채 누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금융학회가 5일 공동으로 개최한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과 공동 연구한 ‘리츠를 활용한 주택금융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 자산투자기반 한국형 뉴리츠’를 발표했다. 저출생, 거점도시, 교육 등에 이어 한은이 올해 마지막으로 발표하는 구조개혁 과제이다.

“임차인, 무주택자 자격 유지…취득세 등 주택 관련 세금 절감”

‘한국형 뉴리츠’는 주택구입 및 임차시 필요한 자금의 상당부분을 부채에서 민간자본으로 대체한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1%,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1.4%다.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규모에 비해 커 금리 조정이나 대출 규제만으로 누증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점을 해결하고자 마련한 방안이다.

연구팀은 ‘한국형 뉴리츠’가 기존에 존재한 공공임대리츠,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 뉴스테이와 다른 점으로 시세차익과 배당을 통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배당수익은 리츠사가 소유한 주택 거주하는 임차인으로부터 수취하는 임대료를 기반으로 한다. 배당률은 90%로 전제했다. 법인세법에서 90% 이상 배당시 배당금액만큼을 소득공제하는 현행법을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리츠사의 수익이 월 임대료 250만 원에서 각 종 비용을 제외하고 50만 원 남았다고 했을 때, 45만 원을 자본비율에 따라 배당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본비율과 기관의 자본비율이 각각 50%라면 배당금은 22만5000원이 되는 셈이다.

(한국은행)
지분가치 차익도 예상할 수 있다. 리츠사가 보유한 자산가치(주택가격)가 상승하면 리츠사의 주식가격도 상승하게 돼 지분가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분의 매수·매각은 주식의 양수·양도를 통해 이뤄져 출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에서 민간사업자는 주택 매각 이전까지 출자금을 장기간 회수하기 어려웠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5년 정도 락업(lock-up)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경민 교수는 “개인이 10억 원 주택을 매입할 경우 LTV 50%면 5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고, 전세 또는 월세로는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보증금을 활용해서 리츠 주식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자산축적을 할 수 있다. ‘한국형 뉴리츠’는 새로운 주거 사다리 모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뉴리츠 흥행 여부 입지…가계도 다양한 수요 있을 듯”

연구팀은 ‘한국형 뉴리츠’의 흥행 여부는 입지에서 좌우될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고려사항으로 ‘양호한 입지 및 거주 여건’을 꼽았다.

연구팀은 “가계와 민간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입지 및 거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고, 특히 향후 장기간 주택가격이 안정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적합하다”고 했다.

이외에 △저렴한 가격으로 토지·건물 공급 △세제혜택 제공 △건설 관련 규제 완화 △상장리츠 활성화를 꼽았다.

김경민 교수는 “8·8대책 때 경제부총리가 얘기했던 것처럼 강남권 근처에 있는 그린벨트 기능이 없어진 곳이 대상지가 될 수 있다”며 “국공유지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에서 1만 가구 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상암동에 있는 토지 그렇다. 서울 안에만 보는게 아니라 서울 인근으로도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형 뉴리츠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나현주 과장은 “한국형 뉴리츠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주거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새로운 형태의 주택 공급이 확대된다는 것”이라며 “무리한 대출을 이용한 주택구입 유인이 완화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안정화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 과장은 한국형 뉴리츠로 명목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나 과장은 “구체적으로 수치를 얘기하기 어렵지만 한국형 뉴리츠는 매매, 전세, 월세 이외에 주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각 가계의 순자산이라던가 소득, 거주 희망지에 따라서 최적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택지 확보, 기존 민간임대 모델과 차별성이 크지 않는 점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SH와 LH공사 등이 장기간 집값이 상승할만한 양질의 택지를 조성원가 수준으로 리츠사에 공급해야 하는데 SH와 LH공사는 분양수익을 통해 공공임대 사업에 충당하는 만큼 사업성 저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의 택지공급 총량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금리 상황이나 주택가격 상승이 맞물리는 호황기는 레버리지 효과가 크므로 리츠 등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를 선호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며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라 리츠 수요의 업다운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는 제도와 어떤 점이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또한 가계부채의 주담대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는데 배당 수익구조를 위해 공공택지 활용, 기금 지분은 이미 하는 부분이고 가계부채와 상관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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