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기후 다음은 자연, 기업의 자연자본공시를 준비하자

입력 2024-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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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장 (국립생물자원관)

기업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익만을 따져 경영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 문제는 기업의 재무와 지속가능성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관련 위험과 대응책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기후공시제도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지만 마냥 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숙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기후에 이어 자연에 대해서도 새로운 공시기준을 만들고 이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지탱해주는 자연의 손실을 막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후 공시기준의 시발점이 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를 모델로 삼아 만들어진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는 2023년 9월, 14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기업의 공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는 TNFD를 참고해 올해 초 새로운 생물다양성 공시기준을 발표했으며, 가장 공신력 있는 국제기준을 만들어 온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관한 공시기준 마련 검토에 착수했다.

공시의 목적은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보다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데 있다. 기업경영에 있어 위기와 기회의 관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물 부족, 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 강화된 환경 규제, 환경파괴로 인한 평판 악화와 소송 등은 대표적인 자연 관련 위험 요소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자연과 관련한 적절한 대응은 비용 절감, 신기술 개발, 자금 조달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기업의 기후와 자연에 관한 공개사항을 투자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자연공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우리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가 2022년 합의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지난해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했으며, 자연공시에 관한 목표를 포함했다.

환경부는 해당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우선 산업계 소통과 다각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 하에 올해부터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정부, 산업계, 회계·법무법인 등으로 구성된 자연자본공시 협의체를 결성해 민관합동으로 대응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최신 국제동향 공유, 실무자 교육, 시범보고서 발간, 자연자본 안내서 발간 등 다양한 지원책 또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 의하면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 수는 무려 73%가 감소했다. 자연과 기후 문제는 인간을 포함해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긴 세월 동안 인류의 경제활동은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끼쳐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추세를 바꾸고 기업 경영 활동이 자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전환하지 않으면 기업과 인류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자연공시가 이 전환을 이끄는 촉매제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학계, 시민사회,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자연공시제도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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