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30여곳 농협유통센터·하나로마트에 직영점 오픈..
농협중앙회가 'NH-OIL'이라는 자체 상표 주유소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면서 석유 유통시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무폴 주유소(특정 표시를 하지 않은 주유소)는 있었지만 정유4사(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외의 다른 상표를 내걸고 주유소 영업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농협 주유소는 올해에만 30개, 향후 400개 이상 늘린다는 계획과 함께 가장 싼 기름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구매할 방침이여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3일 충북 충주시 주덕읍 농협 하나로마트 옆에 자체상표 주유소인 'NH-OIL' 1호점을 연데 이어 이달 말 충남 천안과 강원 홍천에 2·3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8월 초에는 경기 고양과 경북 포항에도 각각 자체 상표 주유소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이같은 농협의 자체 상표 주유소 설립은 지난해 주유소에 특정 정유사 이름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한 폴사인제 폐지로 가능해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올해에만 경기도 고양·수원·성남의 농협유통센터와 전국 하나로마트 등 30곳에 자체 상표 주유소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411개의 지역농협 주유소를 차례차례 'NH - OIL' 간판으로 바꿔 나가는 한편 자회사인 하나로마트 유통센터 부지마다 직영 주유소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이같은 시도는 당장의 큰 변화는 없어도 정유사 중심의 석유유통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정체돼 있는 내수시장에서 소폭 시장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계획대로 자체 상표 주유소를 600여개까지 확대할 경우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의 5%를 차지하게 된다.
실제로 하나로마트와 같은 대형마트 내 개설되는 주유소에 대한 공급업체 선정에 정유사들은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하나로마트에 개설되는 경기 고양점의 경우 이미 공급업체(정유사) 선정이 마무리 됐다"며 "입찰에서 정유4사가 모두 참여해 상대적으로 만족할 만한 계약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결국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를 유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분위기가 전 사업장으로 번지기 위해서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유동 인구가 높은 대형마트 내 주유소엔 경쟁에 나섰던 정유사들이 지방의 지역농협에 개설되는 주유소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농협의 주유소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정유사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개별 접촉을 통해 사업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협이 처음 주유소 사업을 하던 2000년 당시에는 에쓰오일 외의 다른 정유사들의 참여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타 정유사의 참여도 늘어났던 경험이 있다"며 "1~2년 가량 시간이 지나면 정유사들의 참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