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무구조 개선, 현금흐름을 봐야

입력 2024-10-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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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의 결손금 해소는 ‘숫자 효과’
현금유입 돼야 실질적인 의미있어
재무정보 이용때 현금흐름 살펴야

재무상태표의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면 자본이 된다. 그래서 자본을 순자산이라고도 한다. 재무상태표에서 자산과 부채를 먼저 보여주고 자본을 맨 마지막에 표시하는 게 일반적이라 정보이용자들은 자본 숫자를 잘 안 보게 된다. 매년 적자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혹시 자본잠식이 되지 않았나 정도의 확인만 주로 한다. 그리고 자본은 계정과목 자체가 워낙 적어서 볼 내용도 많지 않다.

최근에 컬리가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잉여금의 결손 보전 및 이익잉여금 전입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본 계정과목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뉴스를 통해 마치 재무불안이 개선되었다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재무구조가 개선되었을까?

컬리의 자본잉여금은 대부분 주식발행초과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식발행초과금은 말 그대로 주식을 발행할 때 액면을 초과해서 발행했다는 의미이다. 컬리는 비상장기업이지만 회사의 주주로 참여한 많은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들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액면가액의 560배 이상으로 투자를 해주었다. 액면가액이 100원이고 주식 발행가액이 50만 원인 주식을 1만 개 발행하면서 50억 원을 투자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자본금은 액면가액과 주식수의 곱인 100만 원이 되는데 자본잉여금은 49억9900만 원이 된다. 이렇게 회계처리를 하기 때문에 컬리의 자본금은 39억 원인데 자본잉여금은 2조2000억 원이 넘는다.

이 자본잉여금은 무상증자나 결손보전 용도로 쓸 수 있다. 무상증자는 말 그대로 돈을 받지 않고 자본금을 늘린다는 의미이다. 즉 주식을 발행해서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나누어 주는 것을 무상증자라고 한다.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이 줄고 같은 금액만큼 자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 전체적인 숫자는 불변이다. 그래서 무상증자는 밸류업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손보전은 이번에 컬리처럼 쌓여 있는 결손금을 자본잉여금으로 소위 퉁치는 것을 말한다. 회사에 누적된 결손금을 없애고 그 금액만큼 자본잉여금을 줄이는 것이다. 쌓여 있는 결손이 말끔히 사라지니 자본 숫자가 좋게 보일 수는 있지만 이미 과거에 액면가액 이상으로 투자받았던 부분과 지금까지 까먹은 손실을 상계한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

컬리는 주주들에게 투자를 받으면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많이 발행했는데 회계기준 변경 및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등 여러 이벤트를 거치며 회계처리를 한 손실이 커서 실제 까먹은 적자보다 더 많은 이월결손금이 잡혀서 좀 억울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본 계정과목끼리 상계하는 회계처리는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회사가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주주들로부터 투자를 많이 받거나 돈을 잘 벌면 된다.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요즘은 예전처럼 풍성하게 투자받기가 쉽지 않으니 돈을 많이 벌어서 재무구조를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

돈을 잘 번다는 것은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잉여현금흐름은 쉽게 말해서 1년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흐름에서 유·무형자산에 재투자하고 남긴 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사업을 통해 1년에 100억 원을 벌었고, 물류센터의 건물이나 기계장치, IT 솔루션 등에 90억 원을 투자했다면 잉여현금흐름은 10억 원이 된다. 이런 돈이 쌓여야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컬리를 비롯한 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물류센터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기도 하지만 리스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은 잉여현금흐름을 계산할 때 유·무형자산 투자액뿐만 아니라 리스부채 상환액까지 차감해서 계산해야 좀 더 정확하다. 미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도 이 방식으로 잉여현금흐름을 계산해서 공시한다. 참고로 컬리는 연간 300억 원 이상의 리스부채를 상환하고 있다. 그리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판매사에 대한 정산대금 지급이 적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계산되어야 의미가 있다. 티몬·위메프(티메프)처럼 판매사에게 줘야 하는 돈을 안 준다면 자연스레 현금흐름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은 이렇게 잉여현금흐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한 자본 관련 회계처리는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재무정보 이용자는 현금흐름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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