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영업비밀도 ‘관리’해야 보호받아

입력 2024-10-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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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스타트업의 기업 설명회(IR)에서 발표를 들을 때는 핵심 기술과 함께 지식재산 관리 현황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특허 출원만 진행한 경우부터 체계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경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은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또 잘 활용하고 있었다.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권 확보가 초기 투자 유치부터 정부 지원 사업의 선정, 그리고 향후 기술 특례 상장을 결정짓는 주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의 공개성 및 한정된 보호 범위 성질상 특허만으로 기업의 모든 중요정보를 보호할 수는 없다. 스타트업이 핵심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허뿐 아니라 영업비밀, 디자인, 저작권 등 다양한 지식재산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특히 영업비밀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핵심기술이나 사업전략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많은 스타트업은 영업비밀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관련 통계에서도 이러한 점이 엿보인다. 경찰청이 집계한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589건의 정보 유출 중 524건(89.0%)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그중 영업비밀 유출이 대부분(542건·92.0%)을 차지했으며, 유출자는 주로 기업 내부자(423건·71.8%)였다.

기업의 중요정보가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및 비밀 관리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중 가장 큰 이슈는 ‘비밀 관리성’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정의함에 있어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이라고 규정하였다가 2015년에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으로 개정되었고, 2019년에는 ‘비밀로 관리’되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시 개정되었다.

하지만 영업비밀이 기업 내부에서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법원도 비록 하급심 판례이기는 하나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또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문구가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영업비밀은 여전히 ‘비밀로 관리될 것’이 요구되므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비밀관리행위가 필요함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11.29. 선고 2023가합100051 판결 등). 영업비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업의 중요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직원이 핵심기술을 가지고 동종 업계로 이직할 경우 사법적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도 중요정보를 영업비밀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비밀관리행위가 필요하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문서와 데이터를 별도로 분류하고 이를 명확하게 표시해야 하며,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을 통제하고 접근 권한을 세분화하여 관리해야 한다. 또한, 신규 입사자나 협상 대상자가 영업비밀을 처음 접하는 경우에는 비밀 유지 계약서를 체결하고, 내부 직원들에게 정기적인 보안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더불어, 영업비밀을 포함한 기업의 다양한 정보들이 디지털화되어 저장되는 만큼 사이버공격과 같은 외부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식재산 보호 전략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특허와 영업비밀은 상호 보완적이므로, 기술과 시장 상황에 맞는 최적의 보호 전략을 선택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영업비밀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장기적인 성공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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