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차이나 디리스킹’ 흐름 탈 때다

입력 2024-10-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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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중국의존도 큰 한국경제 失 크지만
자유진영 교역확대 가능성 높아져
'전략적 모호성'으로 충격 최소화를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1992년 수교 이후 최초로 18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6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중 적자 반전의 주된 요인은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의 적자폭이 컸고 메모리 반도체의 흑자폭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거 우리의 대중 주수출 품목들이 거꾸로 주수입품목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중국의 패권주의 정책에 영향받은 바 크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교역을 통한 상호이득을 추구하는 대신 샤프 파워(sharp power)라 불리는 정·재계 인력 매수를 통한 기술 도용에 의해 유치 단계에 머물렀던 자국의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급속히 개발시켰다.

또한 자국에 직접투자로 들어온 현대자동차, 삼성반도체와 같은 외국자본의 판매활동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급격히 금지시키는 등 비대칭적 교역 패권주의를 추구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일단 한국의 대중 무역역조가 발생한 이후로는 예전과 같은 대중 무역흑자 기조로 바뀔 수 없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미 기술 도용을 통해 항공우주산업, 의약품 위탁생산(CMO), 전기차 및 배터리, 스마트폰 등에서 기술력이 한국보다 우위에 서거나 동등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반도체와 같은 단기간 필요부품 수입을 제외하면 절대로 추가적 의존을 탈피하려는 비대칭적 교역 패권주의를 고수하려 한다.

중국의 세계 지배력을 염두에 둔 패권주의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자유진영 국가들에 위험 신호를 불러왔고 이에 따라 중국 위험에서 탈피하기 위한 정책(China Derisking)을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서방의 견제에 대응하여 헐값 수출 떠넘기기와 내수로의 강제 충당 이외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의 러시아에 대한 간접 지원책(원유, 석탄, 천연가스 수입 충당)을 펴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란 및 헤즈볼라 포함) 전쟁에서의 이란 측 경제지원책(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응한 정유공장 건설 및 석유의 우회 수입)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지원책을 통해서는 후일 경제 및 군사 지원으로 연결시켜 대서방 견제를 위한 대륙경제권 자립을 확보하고 이란 측 지원책을 통해서는 아프리카로의 육상 교두보 확보를 위한 중동-서남아 벨트를 확보하여 중국의 세계 패권주의를 완성시키고자 한다. 결국 중국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전체주의 대륙권 패권 벨트를 구축하여 아프리카 및 중남미까지 아우르는 전세계 패권지배를 위한 대서방 비대칭 교역정책을 사수 중이다.

그 결과, 한국-미국-일본을 위주로 한 동아시아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연결시킨 서방 자유주의 해양 문명세력과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을 연결한 대륙권 전체주의 패권세력 간의 정치적·경제적 대립은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2023년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 합계액)가 75%를 차지하는 한국은 경제성장의 핵심요소가 수출에 있다. 서방 각국의 차이나 디리스킹 정책에 편승할 경우 분명한 득(得)과 실(失)이 존재한다.

이때 실은 2023년 총교역액의 19.8%로 당당히 교역비중 1위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 탈피로 인한 교역부진과 기업의 실적악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자유진영으로의 교역확대가 유도될 수 있는 기회 요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동맹관계 확립을 바탕으로 한 재래식 무기의 우회 수출 활성화, 이스라엘 및 사우디 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친서방 중동권역에서의 원전을 포함한 각종 대형 건설 참여, 미국으로의 직접투자 확대를 통한 교역 확대, 중국을 대체한 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으로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직접투자 진출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득 요인은 장기적인 투자와 동반되어 얻어질 수 있는 반면 실 요인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해악 요인도 대외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대내적으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과의 동맹결속력 강화를 내실 있게 추진할 경우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과거 제1, 2차 오일 쇼크 극복, 1998년 외환위기 타개, 2008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의 슬기로운 대처 등 수많은 위기국면을 이겨낸 경험이 있다.

또한 우리보다 인구도 적고 대외적 환경이 열악한 이스라엘, 대만 등에서의 성공적 위기타개 사례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권 전체주의 진영에서 비롯된 세계 위기국면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경우 한국경제는 당당히 세계 선두권 경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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