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한강 노벨문학상은 벼락같은 축복…이번 기회로 문학이 오래 사랑받길"

입력 2024-10-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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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한국인 소설가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 작가가 처음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정여울 문화평론가 겸 작가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은 벼락같은 축복"이라며 기뻐했다.

정 작가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소식을 듣는 순간 지구가 출렁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출판계가 매년 단국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하는데 이건 가뭄의 단비 정도가 아니라 벼락같은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정 작가는 "아시아, 여성, 젊음 이 세 가지가 키워드다. 일단 지금까지 아시아 여성이 받은 적이 없고, 프랑스의 알베르 까미 이후에 받은 가장 젊은 작가"라며 "그런데 까미는 당시 워낙 잘 알려져 있었고 백인 남성이라 유리한 부분이 많았다. 아시아, 여성, 젊은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작품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벨상 자체가 지금까지는 원로 작가들의 공로 자체를 인정하는 평생에 대한 상으로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태까지 60~80대 수상자가 많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 작가의 수상은 노벨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수상을 통해 세계의 글쓰기를 꿈꾸는 젊은이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이 희망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학에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게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항상 있었다. 정 작가는 "일단 데보라 스미스라는 젊은 번역가의 힘이 컸다. 덕분에 장벽을 뛰어넘어서 채식주의자 자체가 유럽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며 "그리고 한 작가는 부커상뿐만 아니라 기매 문학상, 메디치 문학상 등 유럽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그래서 문학계에선 언젠가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한 작가의 작품을 평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한 작가는 항상 인간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문학 작품을 썼다. 사실 한국 사회는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데, 한 작가는 오히려 트라우마가 중심 소재"라며 "작품에서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당사자들이 용기 있게 자신을 둘러싼 악조건과 싸워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슬프고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한림원에서는 그 트라우마에 맞서는 인간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한 작가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정 작가는 "읽다 보면 정말 슬프고 우울해져서 많은 분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끝까지 읽어내면 슬픔 속에 더 아름다운 빛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며 "상처를 피하지 않고 끝까지 대면해낸 사람들의 고귀함, 존엄성을 보여주는데 이게 어둠 속에서 환히 빛나는 느낌을 준다"고 꼽았다.

마지막으로 한 작가의 작품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한 작품만 추천은 어렵고 순서는 정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순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다 보면 모든 작품을 다 읽은 전작 주의자가 될 수 있는데, 이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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