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상 휩쓴 AI…우리는 어디에 있나

입력 2024-10-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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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과학상 무대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우뚝 섰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연구원과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 등 3인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전날 물리학상 수상의 영예는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노벨상이 AI를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상 3개 부문 가운데 생리의학상을 제외하고 2개 부문을 석권한 전례도 없다. 화학자가 아닌 인물이 화학상을 받은 것도 이변이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친 알파고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허사비스는 컴퓨터공학자다.

화학상 수상자 중 베이커는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AI인 ‘로제타폴드’를 개발했다. 허사비스와 점퍼는 ‘알파폴드’를 개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50년도 넘는 단백질 구조 예측의 꿈을 실현했다”고 했다. 이들이 개발한 AI는 기존 방식으론 수백 년 걸릴 단백질 구조 예측을 대폭 단축해 신약 개발의 신기원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백질은 생명의 기반인 화학 반응을 조절하고 조종한다. 노벨위원회는 ‘깜짝 놀랄 돌파구’라고 했다.

AI의 노벨상 진입은 새 과학혁명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다소 성급한 감도 없지 않지만, 제약 분야에선 암·유전병 정복이 머지않았다는 낙관적 전망도 대두된다. 신약 경쟁은 이미 뜨겁다. 세계 AI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2030년 28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새 시장을 겨냥한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노바티스는 올 초 허사비스 CEO의 신약 개발사 아이소모팍랩스와 각각 최대 2조3000억 원, 1조6000억 원 규모의 약물 개발 협력 계약을 맺었다. 노벨상만 바라볼 단계가 아니다.

한국 과학의 현주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AI를 비롯한 첨단 과학 육성에 국운과 국부를 걸고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 자국 기업·학계를 측면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경쟁국을 견제하고 글로벌 인재를 흡수하기 위한 총력전도 불사한다. 미국이 지난 6월 중국을 정조준해 AI 반도체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도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얼마 전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출범했다. ‘AI 3대 강국’을 일굴 구심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AI기본법조차 아직 없는 국가다. 어찌 육성하고, 지원한다는 얘기인지 알 길이 없다.

AI기본법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22대 국회는 지금껏 11건의 AI 법안을 발의했다. 엉뚱하게도 모두 규제에 주안점을 둔 법안들이다. 포괄적 규제를 앞세운 유럽연합(EU)의 법제를 베끼다 큰 방향 착오까지 한 것 아닌가. AI는 양날의 칼이다. 경계는 필요하다. 힌턴 교수 등도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 우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AI 산업의 싹이 나기도 전에 가위부터 들이대는 격이니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우리 AI가 어디 있는지부터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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