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공사하고 못 받은 돈 3년간 5.2兆...한화 건설부문은 3년 치 영업이익 보다 많아

입력 2024-10-09 16:59수정 2024-10-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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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사업 미수금이 5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사업지에서 한 건설사의 수년 치 영업이익을 웃도는 금액을 받지 못한 사례도 나왔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해외 건설 미수금은 39억1800만 달러(약 5조2737억 원)에 달했다. 해외 건설 미수금은 2021년 12억 달러, 2022년 13억5600만 달러, 지난해 13억6300만 달러로 3년 연속 증가했다.

해외건설 미수금 규모가 가장 큰 사업지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으로 3억3000만 달러(약 4446억 원)를 받지 못했다. 이어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사업(2억3000만 달러) △이집트 수첨분해 프로젝트(1억7000만 달러) △사우디 슈아이바 담수 플랜트(7000만 달러) △카타르 E-Ring Road 남북연결 구간 공사(5000만 달러) 순이다.

한화 건설 부문, 비스마야 프로젝트에 3년 치 영업이익 물려

미수금이 가장 높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한화 건설 부문이 비스마야 지역에 10만80가구의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등을 갖춘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부지는 여의도 6배 (약 550만 평)로 예상 거주 인원은 60만 명에 육박한다.

이 사업지 묶인 돈은 한화 건설의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영업이익(4013억 원)보다 430억 원가량 많다. 한화 건설은 2012년부터 공사를 시작했으나 이라크 측 비용 미지급 문제로 2022년 10월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로부터 미수금 일부인 약 2억3000만 달러(3000억 원)를 받고 주택 9840가구에 대한 마무리 공사 및 발주처 이관을 위한 부분 공사 재개에 돌입한 상태다.

사업 초기 NIC 측으로부터 미수금을 상계할 정도의 선수금 21억4900만 달러를 수령했으며 현재까지 공사 기성은 24억7300만 달러라는 게 한화 건설 측의 설명이다.

한화 건설 관계자는 "남은 7만 가구의 사업 재개와 관련해 NIC 측과 변경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를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이라크 정부가 미수금 일부를 지급한 것은 협상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큰 저개발국 위주 진출…정부 지원·업계 다양화 노력 필요"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의 주요 활동 무대인 베트남, 중동,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크단 점에서 미수금 위험도가 높다고 분석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저개발 국가들은 쿠데타 등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에 따른 리스크가 내재해 있는데 이런 리스크는 기업들이 회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미수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향후 추가 사업 수주를 위해 원만한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가 외교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는 이유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을 접고 철수할 것이 아니라면 미수금 문제로 마냥 대립할 수 없다"며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선진국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공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영역인 EPC(설계·조달·시공)로 사업 범주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다.

손 실장은 "해외건설 시장은 더는 레드오션이 아니고 시공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현지 인력으로만 운영이 가능한 EPC 영역으로 진출을 확대해야 하고 유럽, 미국 등으로 국가도 다변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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