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리핀 이모’ 원한다면 임금 논란 해결해야

입력 2024-10-0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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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 시범사업이 어제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고용노동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이 169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24가정이 중도 취소했고 51가정이 신규 매칭됐다. 상당수의 ‘필리핀 이모’가 2개 이상의 가정에서 파트타임으로 아이를 돌본다.

‘외국인 이모’가 과도한 육아 부담을 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유자격 외국인을 고용해 돌봄·가사 부담을 덜어주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출산 증가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1200명 규모로 본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두 핵심 주체인 고용·피고용자가 함께 득을 보는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범사업 한 달로 결론을 낼 순 없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다. 제도 미비점과 무관치 않다. 첫 급여나 마찬가지인 교육수당(1인당 95만 원)이 약속됐던 8월 20일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업체 2곳이 자금 부족을 이유로 미룬 탓이다. 이 수당은 지난달 30일 이후 뒤늦게 지급됐지만 ‘준비 부족’ 논란을 불렀다. 지난달 중순 2명이 숙소를 무단 이탈한 변고도 발생했다. 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고용부와 서울시는 주급제, 격주급제 허용, 체류기간 최장 3년 연장 등 대책을 내놨다. 효험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임금 논란이다. 가사관리사 임금은 하루 8시간 전일제 근무 기준 월 206만 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9860원이 적용된 결과다. 4대 보험료 등을 합쳐 이용 가정이 실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238만 원이다.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 원)의 절반에 가깝다. 서민 계층엔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왜 싱가포르, 홍콩 등이 국내외 논란을 무릅쓰고 50만~80만 원대의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지 돌아볼 대목이다.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지 않나.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실용적인 대안은 이미 여럿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 서비스업을 추가하고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자고 제언했다. 임금 차등화 구상과 맞닿는다. 한은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개별 가구의 외국인 직접 고용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시가 실천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사적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비자 변경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미온적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국제노동 기준 등에 어긋난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넘어야 할 장벽도 많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정부가 앉아서 부작용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저출산 문제는 특단의 대책 없인 해결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나라가 이리 한가해도 되는지 묻게 된다. 저출산 대응이 서울시만의 과제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내년 본사업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 과정에서 확인된 걸림돌이라도 말끔히 치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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