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불신’ 자초한 밸류업지수

입력 2024-10-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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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 다운 지수.’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내놓은 밸류업지수에 대해 외국계 투자은행(IB)이 내놓은 평가다. 지수에 대한 실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지수가 공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애매모호한 종목 선정 기준 때문이다.

24일 발표한 밸류업지수는 시가총액, 수익성, 주주환원, 자본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10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기준을 보면 그럴 듯하지만 결과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시총, 주주환원 성적이 우수해 밸류업 대장주로 꼽혔던 KB금융, 하나금융 등 대표 금융그룹주들은 빠지고 수익성(2년 합산 흑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SK하이닉스는 포함되면서다. 형평성, 공정성 시비가 붙은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이례적으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질적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하나금융은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KB금융의 ROE는 8.26%로 금융 산업군 내에서 상위 50%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의 영향력을 고려해 ‘특례’로 지수에 남겼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거래소는 특례를 부여한 이유로 지수 내 비중이 10%가 넘는 점, 최근과 향후 실적 전망치, 업계 의견을 고려했다고 했다. 해당 특례로 지수에 포함된 종목은 한 종목뿐이다. 한 마디로 SK하이닉스를 빼면 지수 가치의 타격이 너무 클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선정 기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보니 ‘고무줄 잣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본다면 코스피 시총 9위인 KB금융(30일 종가 기준 31조8360억 원)도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SK하이닉스처럼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빠진 콜마홀딩스는 민망하게 됐다. 지수 발표 당일이 아닌 ‘특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나서야 거래소가 SK하이닉스가 ‘특례’였던 사실과 포함될 수 없었던 이유를 시장에 설명한 것도 비겁한 모습이다.

시장의 신뢰, 관심이 무너진 탓일까. 밸류업지수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거래소는 연내 종목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지수 종목의 오류를 시인한 꼴이다. 거래소는 증권 및 장내파생 상품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거래의 안정성·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런 거래소가 존재 이유를 무색하게 하고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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