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기’에 박 터지는 서울 월세…깊어지는 실수요자 '한숨'

입력 2024-09-29 17:00수정 2024-09-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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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전월 대비 1.4포인트(p) 오른 116.1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월세가 급격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전셋값이 지속해서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9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6.1로 전월 대비 1.4포인트(p) 올랐다.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강북(한강 이북 14개 구)지역과 강남(한강 이남 11개 구)지역은 각각 115.9, 116.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연일 오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달 10일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면적 63.76㎡는 보증금 7억 원, 월세 235만 원에 계약됐다. 올 2월 월세 15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개월 사이 85만 원이 올랐다. 같은 날 '도곡렉슬' 전용 85㎡는 보증금 11억 원, 월세 170만 원에 임대차계약서를 썼다. 5월 동일 평수, 동일 보증금 기준 월세는 130만 원이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심으로 월세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거래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1~8월 1000만 원 이상 월세 거래(신규 계약 기준)는 8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는 2000만 원 이상 거래도 여럿이다.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삼성' 전용면적 195㎡는 이달 15일 보증금 5억 원, 월세 22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올 하반기 처음으로 월세 2000만 원을 넘긴 사례다.

상반기에는 성동구 성수동에서 2000만 원이 넘는 월세 계약이 이어졌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는 5월 보증금 3500만 원, 월세 3500만 원의 1년 단위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올해 가장 높은 월세 기록이다.

같은 단지 전용 159㎡는 3월과 5월에 각각 보증금 5억에 2500만 원, 10억에 2000만 원에 계약됐다. 전용 165㎡는 5월 보증금 4억 원, 월세 21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월세 물건은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만6101건으로 6개월 전인 3월 말(1만8253건)과 비교해 11.8% 감소했다.

전세 오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월세로 향하는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 오르면서 71주 연속 상승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 한도를 제한하거나 갭투자용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규제의 영향 등으로 매매시장으로 실수요가 예상보다 임대차 시장에 많이 가세하면서 월세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당장 주거문제가 전·월세를 통해서만 해결되는 상황에서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서 가격이 더욱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대출 등 금융 정책에서의 섬세한 관리 역량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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