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이 폐기물 떠넘기려 해…거절하자 관계 틀어져”

입력 2024-09-24 15:38수정 2024-09-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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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서울 종로구 본사서 기자회견 개최
“장 고문 부탁 거절하자 해고 압박하기도”
“영풍ㆍMBK, 약탈적 M&A…절대 용납 못 해”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열린 영풍ㆍMBK파트너스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지난 75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던 고려아연과 영풍이 최근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영풍이 자사의 유해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전가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ㆍCTO)은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형진 영풍 고문이 석포제련소 폐기물 해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하고 싶어 했다”며 “이걸 최 회장이 막으면서 장 고문과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84년 대학 졸업 후 고려아연에 입사한 인물로 40년간 근무하며 최윤범 회장과 회사의 성장사를 지켜본 ‘산증인’으로 꼽힌다.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9년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당시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유해 물질이 배출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영풍이 그 해결을 고려아연에 요청했고, 이를 고려아연이 거절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 고문에 대해 “제가 사장 시절에 (장 고문의) 부탁을 거절했더니 저를 불러 ‘정치를 할 줄 모른다. 감히 내 말을 거역하냐. 내가 너 자를 수 있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는 현재 벼랑 끝의 위기에 처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10년간 55회에 걸쳐 76건의 환경법령 위반사항 적발과 25건의 고발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20여 년간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전날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경영 책임자인 원청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첫 사례다. 배 석포제련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ㆍ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장 고문 일가가 책임 경영은 멀리하고 매년 고액의 배당금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오너십(Ownership)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영풍의 경영실적(별도기준) 추이를 보면 매년 조 단위 매출액을 내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00억 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 원, 2022년에는 107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총 영업 손실만 1371억 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영풍이 최근 10년간 영업이익 -1%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고려아연에서 700억~1000억 원의 규모의 배당금을 받아가기 때문”이라며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입장문을 내 적대적 M&A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일각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사업들이 모두 중단될 것 같이 호도하고 있다”며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심지어 인수 후에는 중국에 매각될 것 같이 말하고 있다. 근거 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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