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철도 지하화' 경쟁 뜨겁다는데…부동산 시장은 '냉랭'[가보니]

입력 2024-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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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 위에서 바라 본 서울역 일대. (한진리 기자 truth@)

"철도 지하화는 환영합니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어요. 관련 문의도 전혀 없습니다."(경의중앙선 서울역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 A 씨)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에 불꽃이 튀고 있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 시장은 잠잠한 모습이다.

철도 지하화는 지상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지상 철도 용지와 주변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특히 지상철 인근 주민들이 소음, 진동, 분진 문제와 지역 간 단절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지자체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국토부는 내달까지 1차 선도사업을 공모하고, 연말 선도사업 지역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모 준비 중인 구간은 구로~인천역(경인선), 한대앞~안산역(안산선), 서울~당정역(경부선), 용산~도봉산역(경원선), 용산~청량리역(중앙선) 등이다. 해당 철도가 지나가는 서울 용산·금천·구로·중랑·성동·동대문·노원·영등포·동작구, 인천시, 안산시 등이 관련 추진 협의회 및 용역을 발주하는 등 사업 선정을 위한 경쟁에 한창이다.

▲서울역 경의선 철도 입구. (한진리 기자 truth@)

서울역이 속한 서대문구는 서울역~가좌역(5.8km 구간)의 지하화를 추진 중이다. 상부 유휴 부지에 주거복합거점, 메디컬특화복합거점 등을 구축해 신촌과 이대 권역을 새로운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단 목표다. 지난달에는 연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료원, 이화여자대학교와 ‘경의선 지하화 선도사업 추진 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하화 선도사업 선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지하화 관련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통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며 "이달 중 선도사업 관련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의지와 달리,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지하화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되거나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은 초기 단계다 보니 '호재'로 여겨지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3일 본지가 찾은 경의중앙선 서울역 일대 A 공인중개소 대표는 "지하화가 확정되면 반기겠지만, 청사진도 없는 불확실한 단계에선 집값에 반영될 정도로 대단한 이슈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대 시세도 잠잠하다. 서울역 경의중앙선 인근에 있는 'LIG서울역리가' 전용면적 84㎡는 올해 6월 13억 원에 중개 거래됐다. 이후 이달까지 신고된 거래는 아직 없다. 2021년 최고가 16억 원을 기록한 이후 더디게 회복 중인 상태다. 또 다른 단지인 '서울역한라비발디센트럴' 같은 평형은 올해 7월 15억 원에 손바뀜됐다. 역시 직전 최고가는 16억 원이다. 일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신축 단지가 있지만, 지하화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의중앙선 철도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 모습. (한진리 기자 truth@)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는 다른 지역 분위기도 비슷하다. 경인선(구로역)과 경부선(신도림역)이 통과하는 구로구는 철도 지하화 사업 관련 용역을 발주하고, 지상부 개발 구상안을 설계할 계획이다. 다만 구로역과 신도림역 일대에서도 이와 관련된 호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신도림역 인근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철도 지하화는 '언제 될지 모른다'로 결론이 나는 이슈다. 선정부터 개발 완료까지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신도림역과 구로역은 지상철로 인해 상부가 단절돼 불편함이 크기 때문에 사업이 확정되고 착공에 들어가면 가격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림역 인근 '신도림태영타운' 전용 84㎡는 올해 7월 10억25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매매 최고가는 12억6000만 원으로, 현재 호가는 9억 중후반으로 형성돼 있다.

구로역 인근 C 공인중개소 대표도 "요즘 매수자들도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오는데, 철도 지하화 관련된 문의는 없다. 신고가 거래가 있더라도 지하화 이슈 영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경인선이 지나가는 인천역 일대에서는 지하화보다 오히려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단 이야기도 나왔다. 인천역 인근 D 공인중개소 대표는 "지하화 관련 눈에 띄는 관심은 없다. 워낙 구도심이다 보니 차라리 정비사업 추진을 언급해야 집값에 움직임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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