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러너들의 성지…'러너스테이션' 체험해 보니 [Z탐사대]

입력 2024-09-16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우리 일상에서 궁금한 것들, 해보고 싶은데 귀찮은 것들, 그리고 '왜 저게 화제가 되는 거지?'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Z세대 기자들이 직접 해보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혹시 Z세대 기자들이 해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늘 환영입니다.

▲여의나루역으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러너스테이션' (나병주 기자 lahbj12@)

최근 Z세대'러닝'에 푹 빠져 있다. 특히 기록이나 순위에 상관없이 러닝 자체를 일상 속에서 재미로 즐기는 '펀러닝(Fun-running)족'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운동화와 운동복만 갖추면 언제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러닝에 도전하는 추세다. 러닝을 통해 얻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30분 이상 달릴 때 힘든 느낌이 쾌감으로 바뀌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잊지 못해 러너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러닝은 어떤 곳에서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지만, 러너들에게 인기가 많은 '러닝 명소'가 몇 군데 존재한다. 특히 한강은 코스가 뛰기 좋고 전망이 아름다워 러너들이 자주 애용하는 장소다. 이에 서울시는 5월 한강 부근인 서울 5호선 여의나루역에 '러너스테이션'을 개관하고 이곳을 '러너들의 성지'로 만들고자 한다. '러너스테이션'은 지하철 역사 혁신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 중인 '펀스테이션'의 1호 시설로 B1, M1 두 개 층 일부 공간에 조성됐다. Z탐사대도 러닝 트렌드에 맞춰 '러너스테이션'을 직접 방문해 체험해봤다.

▲'러너스 베이스캠프'에 탈의실과 물품 보관함이 준비돼 있다. (나병주 기자 lahbj12@)

오직 러너들을 위한 공간 '러너스테이션'…다양한 코스도 제공해

'러너스테이션'은 여의나루역 개찰구에서 나오자마자 만날 수 있었다. 개찰구를 나가면 있는 B1층 '러너스 베이스캠프'에는 러닝 전·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물품 보관함, 탈의실, 파우더룸 등이 있어 특별한 준비 없이 운동화만 있으면 쉽게 러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스트레칭·러닝 자세, 러닝 용어, 코스 등을 소개하는 미디어 보드와 무동력 트레드밀 체험, 인바디 기계 등도 마련돼 있었다.

기자도 탈의실을 이용해 준비해 간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탈의실 공간이 꽤 넉넉해 환복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짐도 탈의실 바로 앞에 있는 물품 보관함에 넣을 수 있어 큰 이동 없이 러닝 준비를 마쳤다. 물품 보관함은 '또타라커'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뉘며 각각 기본 4시간에 2200원, 3300원, 4400원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자는 평범한 백팩 하나를 들고 갔는데 소형 보관함에 넣어도 공간이 충분했다.

보관함 옆에는 러닝 코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미디어 보드가 있는 방이 있다. 미디어 보드에 따르면 이곳 '러너스테이션'에서는 총 7가지 코스를 체험해볼 수 있다. 기자는 이 중 여의나루역을 기준으로 주변 6.5km를 돌고 오는 '매력 코스'를 뛰기로 했다. 미디어 보드 옆에는 무동력 트레드밀도 준비돼 있어 러닝 전 가볍게 몸을 풀 기회도 마련돼 있다. 다만 무동력 트레드밀은 평일 오후 4시부터 8시 30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코스 소개

동행 코스(2.5km) : 여의도공원관리사무소 - 여의도 지구대 - 여의도공원 10번 출구 - 문화의마당 - 자연생태의숲 - 여의도공원 6번 출구 - 여의도공원관리사무소

샛강_한강 코스(5km) : 문화의마당 - 서울교 - 서울마리나 - 서강대교 - 여의도물빛광장 - 문화의마당

마포대교 코스(6km) : 문화의마당 - 여의도공원 6번 출구 - 마포대교 - 여의도공원 10번 출구 - 문화의마당

63스퀘어 코스(6km) : 문화의마당 - 여의도공원 6번 출구 - 여의도물빛광장 - 마포대교 - 한강공원이벤트광장 - 63스퀘어 - 문화의마당

매력 코스(6.5km) : 한강공원이벤트광장 - 마포대교 - 문화의마당 - 서울교 - 샛강생태공원 - 63빌딩 - 원효대교 - 한강공원이벤트광장

서울 코스 (8.4km) : 한강공원이벤트광장 - 마포대교 - 서울마리나 - 샛강생태공원 - 63스퀘어 - 원효대교 - 한강공원이벤트광장

고구마 새싹 코스(10km) : 한강공원이벤트광장 - 마포대교 - 양화대교 - 서울마리나 - 샛강생태공원 - 63빌딩 - 원효대교 - 한강공원이벤트광장

한 층 위인 M1에는 가로로 긴 미디어 보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날씨, 시 주최 러닝·생활체육 정보 등을 알려준다. 보드 맞은 편에는 B1보다 더 많은 물품 보관함이 있어 이곳에도 짐 보관이 가능하다.

'러너스테이션'에선 러닝을 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 인창고등학교의 교사 이건희 씨는 학생들과 함께 러닝을 즐기고자 이곳을 방문했다. 이 씨는 "학교가 서대문구에 있어 주변에서만 뛰다가 여의나루에 '러너스테이션'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오늘 처음 와봤다""학생들과 다 같이 뛰는 방과 후 활동을 진행 중이다. 오늘은 '고구마 새싹 코스'를 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가는 길. 경기장에 입장하는 느낌이 든다. (나병주 기자 lahbj12@)

한강과 도심을 동시에 즐기는 '매력 코스'…초·중급자에게 안성맞춤

이제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하기 위해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섰다. 형광등으로 빛나는 출구로 나가고 있자니 마치 경기장에 입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가 선택한 매력 코스는 먼저 2번 출구에서 나온 방향 그대로 뛰어 여의도 공원으로 달리면 됐다. 하지만 이 부근 지리를 잘 몰라 휴대전화 지도로 길을 탐색하며 러닝을 시작했다.

첫 코스인 여의도 공원은 달리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일자로 쭉 뻗은 길은 한쪽에는 나무가, 반대쪽에는 높은 빌딩들이 모여 있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게 확실히 체감됐다. 서울엔 살아본 적 없지만 낮에 한강을 뛰고 있으니 서울 주민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그렇게 약 2km를 달려 여의도 공원 코스를 마친 뒤 서울교를 지나 샛강생태공원에 진입했다.

▲러닝 당시 기자가 받은 안전 안내 문자. 당시 기온은 약 33도였다. (나병주 기자 lahbj12@)

기자는 평소 러닝을 따로 하진 않지만 그래도 풋살을 취미로 즐기고 있어 체력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날씨였다. 9월에 폭염 경보를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 페이스대로 가다가는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해 천천히 가기로 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니 비로소 '펀러닝'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

▲'매력 코스'를 뛰는 도중 보이는 63빌딩. (나병주 기자 lahbj12@)

4km 정도 구간을 지나자 매력 코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 63빌딩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항상 63빌딩은 지나가다 보거나 안에만 들어가 봐서 정작 가까이서 본 적 기억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가까이서 보기로 마음먹었다. 목표가 눈앞에 보이자 러닝도 한결 수월해져 금방 63빌딩에 도달했다. 나름의 기념촬영을 마친 뒤 마지막 직선 코스로 진입했다.

한강 공원 코스는 가끔 놀러 온 적이 있어 익숙했다. 자전거 코스로도 유명해서 날씨가 좋을 때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러 오곤 했다. 실제로 러닝 중에도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옆을 계속 지나다녔다. 학창 시절 놀러 오던 곳을 직장인이 돼서 일하러(?) 왔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다. 그렇게 추억을 떠올리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출발했던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 다시 도착했다.

▲약 6km를 뛰는데 40분이 소요됐다. (앱 '런플' 화면 캡처)

달린 거리는 총 6.03km4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원래 매력 코스는 6.5km인데 기자가 길을 잘못 든 건지 기계 오류인지 500m가 적게 나왔다. 공원으로 돌아가서 500m를 더 뛸까 고민했지만, '펀러닝'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돼 그냥 마무리하기로 했다.

기자가 체험한 매력 코스는 이름처럼 한강과 도심을 러닝 중에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코스였다. 거리도 적당해서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도 가볍게 뛰기 좋다고 느껴졌다. 이동할 필요 없이 출발과 도착이 모두 '러너스테이션'이 있는 여의나루역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큰 메리트로 느껴졌다.

▲'러너스 베이스캠프'의 모습. 파우더룸, 수유실, 탈의실은 있지만 샤워실은 없다. (나병주 기자 lahbj12@)

뛸 때까진 좋았는데…샤워실 없어 마무리 '찝찝'

시작부터 러닝까지는 좋았지만, '러너스테이션'에 대한 아쉬운 점은 뛰고 난 이후 크게 느껴졌다. 바로 '샤워실'이 없다는 것이다.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라 이곳에 온 러너들은 코스를 소화한 이후 땀으로 범벅이 된다. 기자도 땀에 옷이 모두 젖어 마치 비를 맞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땅히 씻을 곳이 없어 준비해간 수건과 옷으로 간단하게 가다듬은 후 찝찝한 채 지하철에 올라탔다. 만일 정보가 부족해 수건이나 옷을 준비해오지 못한다면 땀에 전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쾌한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러닝이 우리보다 더 활발한 일본은 이미 많은 '러너즈 스테이션'이 설치돼 있다. 통칭 '런스테'로 불리는 이곳은 샤워뿐만 아니라 수건, 티셔츠, 반바지, 신발 등 러닝에 필요한 용품도 금액을 지불하고 대여할 수 있어 누구나 원할 때 러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도 러너들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러너스테이션'은 충분히 많은 러너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한 만큼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족한 부분들을 수정해서 '러너스테이션'이 앞으로 우리나라 러너들의 '성지'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