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돌(石)과 탈모의 상관관계

입력 2024-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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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제 아들이 돌을 삼켰다고요?” 설명을 듣던 보호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곤 자신의 아이가 지적 능력이 떨어지긴 해도 돌까지 삼킬 정도는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내저었다.

“아니요. 환자분이 돌을 삼켰다는 게 아니라 위에서 ‘위석’이 발견되었다는 말입니다.” “그게 그 말 아닌가요?” 고개를 갸웃하던 어머니는 내 눈과 아들의 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그녀에게 위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치료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위석(胃石·bezoar)이란 우리가 삼킨 물질 중에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지 않아 흡수되지 못한 채 위에서 돌처럼 굳은 덩어리를 말한다. 어린아이나 지적장애인, 또는 이식증(異食症)이 있는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고, 모든 물질이 위석을 만들 수 있는데, 흔한 것은 머리카락이다.

내시경과 전기소작기를 이용해 조각낸 후 꺼내는데 족히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버렸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보호자에게 머리카락이 섞인 위석 조각을 보여주면서, 아들이 머리카락을 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아! 그렇군요. 우리 아들이 그간 탈모가 심해 별별 치료를 다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는데 이제야 그 원인을 찾은 것 같네요.”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20대 아들은 그동안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본인의 머리카락을 조금씩 뽑아 삼켰고, 그것이 치료가 난해한 부분 탈모의 원인이 된 것이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는 부모 마음이 십분 이해되고, 짠한 기분도 들었지만, 아들의 돌(石)이 치료되자 모처럼 만에 편한 표정의 보호자 얼굴이 반가워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아드님의 돌과 탈모까지 한 번에 해결해 드렸으니, 치료비는 두 배로 내셔야 합니다.” “물론이죠. 선생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실을 나갔던 어머니는 잠시 후 아이스크림 한 개를 들고 나타났다.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치료비라며 내미는 아이스크림 맛이 여느 때보다 달고 시원했다.박관석 보령신제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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