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수 기회”…붙 붙은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입력 2024-09-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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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매 시장에서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는 95.5%로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투데이DB)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경매 시장도 들끓고 있다. 상급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며 낙찰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동시에 껑충 뛰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내놓은 고강도 대출규제가 하반기 경매 시장 온도를 낮추는 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9일 경ㆍ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7.3%로 전월(46.7%) 대비 0.6%포인트(p) 올랐다. 낙찰가율은 전월(93.7%) 대비 1.8%포인트 상승한 95.5%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7월(96.6%) 이후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서울 곳곳에서 고가 낙찰이 속출하면서 감정가(100%)를 넘겨 낙찰된 아파트가 서울 전체 낙찰 건수(140건)의 30%(43건)를 차지했다. 강남3구와 용산구가 경매 시장을 주도했다. 낙찰률 평균은 55.2%로 서울 전체(47.3%)에 비해 8%가량 높다.

낙찰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송파구(72.7%)다. 경매 시장에 나오는 송파구 아파트 10채 중 7채가 새 주인을 찾아간 셈이다. 낙찰가율은 △강남 101.9% △서초 110.6% △송파 101.5% △용산 108.9%로 네 자치구의 평균이 105.7%에 달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18㎡(이하 전용면적)에 대한 1차 입찰에 21명이 몰렸다. 매각가는 71억1110만 원으로 감정가(52억 원) 대비 136.7% 높았다. 이 단지는 2022년 이주를 마치고 올 3월 재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서초구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조합설립 이후 매수를 통해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없지만 경매를 통해선 양도가 허용된다. 조합원 지위를 노린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했다.

▲2024년 8월 서울 아파트 경매지표 (자료제공=지지옥션)

같은 달 최고 35층, 총 647가구로의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용산구 산호아파트 41㎡는 11억5237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37.5%로 감정가(8억3800만 원) 대비 3억 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래미안첼리투스 124㎡는 감정가 34억 원, 낙찰가 38억5000만 원으로 낙찰가율 113.2%이다. 응찰자는 8명이었다.

7월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54㎡는 1차 매각 당일 21억2123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18억6000만 원으로 낙찰가율은 114%다. 진흥아파트 137㎡도 한 차례의 유찰 없이 34억5600여만 원(낙찰가율 108%)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32억 원)보다 2억 원 이상 높은 금액이지만 응찰자 8명이 경쟁을 펼쳤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의 인기 배경으로는 매도 호가 상승이 있다. 경매 시 입찰 기준이 되는 감정가는 일반적으로 매각일 6개월~24개월 전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집값 상승기에는 감정평가 시점보다 매각일의 시장 호가가 높기에 상대적으로 경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저가인 것으로 판단한다. 감정가보다 값을 올리더라도 호가보다는 낮다 보니 일부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1%로 24주 연속 상승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물 부족이 지속되고 임차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상승거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매시장 열기가 하반기 내내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와 함께 고강도의 대출 규제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현금 부자 비율이 높은 강남3구보다는 노원ㆍ도봉ㆍ강북 등 지역에서의 낙찰가율이 다소 꺾일 것”이라며 “80% 아래로 급락하기보다는 90% 초반에 머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통상 7~8월은 경매시장 비수기로 판단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대출 조이기 전 매수 ‘막차’를 탑승하려던 수요자의 대거 유입으로 인한 매수세 활성화가 경매 시장까지 이어졌다”며 “지난 두세 달 동안 경매가 고점 대비 저가 매수 기회로 여겨졌겠지만 현재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 흐름도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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