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노멀’ 폭염·열대야…전력 체계 재점검을

입력 2024-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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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열대야 일수가 사상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어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한 달 중 3분의 1 이상이 찜통더위로 잠 못 드는 밤이었다. 올해 전체 열대야 일수도 20.2일로 늘었다. 이로써 2024년은 열대야 일수가 가장 많은 해로 남게 됐다.

밤낮 가릴 것 없는 불볕더위였다. 올해 8월 폭염 일수는 16일로 2016년(16.6일) 이후 가장 많았다. 여러 지역에서 8월 평균기온 최고 순위가 바뀌었다. 태백, 합천 등 기상청의 66개 관측지점 중 13곳에서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시작됐지만, 늦더위는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앞으로 열흘 정도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올라가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기후는 전력수요와 맞물린다. 찜통더위가 ‘뉴노멀’이 됐다는 것은 최대전력수요 추이에도 잘 나타난다. 2020년 89.1GW(기가와트)에서 2021년 91.1GW, 2022년 93.0GW, 2023년 93.6GW까지 매년 늘었다. 올해는 최악이다. 한반도 대기를 정화하는 여느 태풍과 달리 고온다습한 열기를 몰고 온 제9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지난달 20일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97.1GW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간대별 전력수요도 심상치 않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대 전력수요 기준일 기준 올해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쓴 전기량은 지난해보다 5.65%(오후 8시 기준) 늘었다. 통상 냉방기기 사용량이 떨어지는 오후 9시와 10시 사용량도 지난해보다 각각 4.74%, 4.72% 증가했다.

전력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전기사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력시장 내 수요에 태양광발전을 합친 올해 총수요는 102.327GW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의 발전, 송전 시설로 미래 수요를 감당할지 걱정이다. 2007년만 해도 국내 최대전력은 58GW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현재의 시설은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도 전력의 큰 변수다. 2050년까지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탈선에 큰 타격을 입은 발전 부문도 우려를 낳지만, 송전망 확충 또한 님비현상에 가로막히기 일쑤이니 설상가상이다. 최근 경기 하남시가 동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송전(HVDC) 송전선로 마지막 관문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력 당국은 이번 주부터 예정이던 7개 발전기 정비를 1~2주일 미룬다고 한다. 늦더위 예보에 따른 비상 대응이다. 땜질 처방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한반도 기후 변화와 첨단산업 팽창을 두루 고려한 전력수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수은주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지 않았나. 사용 후 핵연료의 영구 처분 시설 마련을 위한 고준위방폐물특별법, 효율적 전력망을 건설하기 위한 전력망확충특별법 제정 등 에너지 과제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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