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저축은행, 하반기 ‘부실자산 정리’에 집중

입력 2024-08-30 14:22수정 2024-08-3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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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3800억 원 적자로 전분기 대비 손실 확대
부동산 PF 등 따른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영향
“향후 1년간 적자 예상…BIS비율 높아 감당 가능”
하반기 전략은 이익보다 방어…부실자산 정리집중

▲30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상반기 저축은행 결산 관련 설명회'에서 중앙회 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경연 본부장, 황정욱 전무, 오화경 회장, 최병주 수석상무, 조정연 상무가 설명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가 업권 실적이 저점을 통과하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일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1년간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손실을 감당할 능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부실자산 정리를 통해 올 하반기에는 이익보다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0일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중앙회에서 열린 상반기 저축은행 결산 관련 설명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은 올해 상반기 3804억 원 규모 적자를 냈다. 이는 1분기 손실 규모인 1543억 원보다 2261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여신이 쪼그라들면서 이자수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업권의 6월 말 기준 여신 규모는 98조1000억 원으로, 전분기(101조3000억 원) 보다 3조2000억 원(3.1%) 감소했다. 특히 기업대출은 51조9000억 원으로, 전분기 56조4000억 원보다 4조5000억 원 줄었다. 이 영향으로 상반기 이자수익은 4조887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461억 원 감소했다.

여신축소로 신규 자금 유치 필요성이 줄자 수신도 감소했다. 2분기 수신규모는 100조9000억 원으로, 전분기(103조7000억 원) 보다 2조8000억 원(2.8%) 줄었다. 이에 6월 말 저축은행 업권 총자산은 3월 말보다 2.2% 줄어든 120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에 따라 부실에 대비해 쌓아 둬야 하는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한 것도 손실 확대 이유로 꼽힌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상반기 2조32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2억 원 확대됐다. 이에 대해 중앙회 측은 업계가 이미 어느 정도의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1차 사업성 평가 결과 부실우려 익스포져 등에 대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 중 30%가량을 쌓아 뒀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사업장 1차 사업성 평가에 따르면 유의,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평가된 익스포져는 21조 원으로, 이중 저축은행업권 익스포져는 총 4조6000억 원(유의 1조4000억 원ㆍ부실우려 3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중앙회는 부실 자산 정리를 하반기 업계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오 회장은 “총자산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실 자산이 남아 있어 연체율이 높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며 “유의, 부실우려 익스포져를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하는 것을 올해 제일 중요한 일로 보고 있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정리가 되면 이자비용과 연체율 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권의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8.36%로, 전분기 8.80%보다 0.44%p 하락했다. 부실채권 감축을 위한 상·매각 등의 자구노력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회에 따르면 업권의 상·매각 규모는 올해 1분기 8000억 원에서 2분기 2조1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부동산 자산 관련 매각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52%로 전분기 대비 1.20%p 올랐다.

이경연 본부장은 “업계 전체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상반기 2조9000억 원으로, 5000억 규모의 펀드를 제외해도 상당 부분 상·매각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환 능력이 저하된 개인사업자 혹은 PF 등 기업대출 쪽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개별·공동 매각과 수시 상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9월에는 상·매각이 더 활성화하고 연체율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상반기 저축은행 결산 관련 설명회'에서 중앙회 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경연 본부장, 황정욱 전무, 오화경 회장, 최병주 수석상무, 조정연 상무가 설명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저축은행중앙회)

앞서 저축은행업권은 약 5400억 원 규모의 1, 2차 ‘부실채권 정리펀드’를 조성해 이중 약 4300억 원을 집행 완료했다. 나머지 금액은 시장 상황을 따져 집행할 계획이다.

펀드 운용과 관련해 최병주 수석상무는 “우선적으로 1차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른 부실우려 사업장의 경·공매에 집중하고, 필요한 경우 시장 상황을 살펴서 추가 펀드 조성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진성 매각 논란 관련해 최 상무는 “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 펀드가 아닌 개별 저축은행 차원에서 진행된 펀드 일부에서의 문제”라며 “금감원에서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고, 중앙회는 이에 맞게 업계 공동·개별 자체 펀드를 보완해 집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앙회 측은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가 지속되고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추가적인 손실흡수능력 확충 요구 등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가시적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등 영업환경 변화는 업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오 회장은 “전체적으로 시장금리가 하향하고 있기 때문에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어 새로운 자산을 확보하고 기존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업권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자본비율도 향후 1년간의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 근거라고 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업권의 경영안정성 지표인 BIS비율은 15.04%로 전분기(14.69%) 대비 0.35%p 올랐다. 오 회장은 “갑작스러운 손실까지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부실채권을 빠르게 축소하는 것이 업권이 가장 중시하는 점”이라며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거래자와 금융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등 업계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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