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여 없이 신통기획 없다”…오세훈 경고장에 여의도·목동 재건축 단지 술렁

입력 2024-08-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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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9단지 아파트 전경. (자료제공=양천구청)

서울시가 "공공기여 없이는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여의도와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술렁이고 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자 데이케어센터, 지역자활센터 등 비선호 시설을 반대하던 여론이 공공기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영등포구와 양천구에 공공기여 시설은 주민이 원하는 시설과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함께 반영해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송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전날 본인의 페이스북를 통해 "최근 여의도 한 재건축 단지에서 공공기여로 노인 돌봄시설인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신통기획을 통해 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고자 하면서 공공의무는 외면하는 이기적인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데이케어센터를 지을 수 없다면 신통기획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정비사업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용적률 및 층수 완화 등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어 많은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공공기여 문제를 두고 다수의 재건축 단지와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공공기여는 도시정비법상 정비기반시설인 공원, 도로, 녹지를 전제로 체육·문화시설, 노인·장애인 시설, 지역자활센터, 저류조 등 지역 수요를 반영한 생활 SOC 시설을 포함한다. 주민과 관계부서가 공공기여 협의 및 공람을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 시설을 결정하게 된다. 이때 시설의 구체적인 규모와 위치 등도 특정된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단지 전경. (자료제공=여의도 대교아파트 조합)

이 가운데 여의도 대교 아파트가 최고 49층, 912가구 규모에 복합문화체육센터와 재가노인복지시설(데이케어센터, 방문요양서비스 등)를 공공기여 시설로 확정하는 정비계획안이 통과돼 주목받고 있다. 여의도 다른 단지가 데이케어센터 설치 문제로 서울시와 갈등을 겪는 것과 상반된 행보를 보여서다.

업계에선 대교 아파트 조합이 전략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있다. 서울시와 공공기여 문제로 반목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것보다 데이케이센터 등을 수용하고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여의도 대교는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첫 번째 사업장으로, 최단 시간 내 정비 계획 심의통과 및 환경영향평가 개시 단지가 됐다.

이에 따라 비선호 시설 설치를 반대하던 여의도와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의 기조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서울시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줄 것은 주고, 취할 것은 취하자'는 여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상용 목동아파트재건축준비위원회 연합회 회장은 "최근 서울시와 공공기여 시설 문제로 대립하지 말자고 여론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비선호 시설 수용과 반대 비율은 각각 50대 5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허가권자인 서울시 입장이 분명하다면 한없이 반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재건축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주민들이 원치 않는 시설을 포함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해당 시설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정작 아파트 주민 이용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설까지 설치하라고 압박을 주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이 침수 지역이면 저류조를 설치하는 식으로 필요 시설을 균등하게 넣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이지, 비선호 시설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다"며 "향후 데이케어센터 등은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단지 가치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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