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가계도 재무 구조조정 시급하다

입력 2024-08-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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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경제학과 겸임교수ㆍ금융의 창 대표

오랜 부동산 불패가 ‘빚위험’ 호도
경기침체 닥치면 충격 견디지못해
악성부채 정리해 실물자산 줄여야

우리나라가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오랫동안 우리 경제 내부에 누적된 불합리한 점들이 외부 충격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외부 충격에 우리 경제가 쉽게 무너지면서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위험에 처한 기업과 금융기관은 살아남기 위해 불필요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고 인력이나 물자 등 불필요한 비용 요인을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어 오랫동안 웬만한 충격도 흡수하면서 튼튼한 성장을 지속하였다.

이제 가계도 그런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이 경색되었을 때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이 구조조정을 게을리해 도산에 이른 것처럼 가계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인 역시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우리 가계의 실상은 언제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경제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은 부동산 가격이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자신의 빚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계획이 분명하지 않은 채 금융기관의 대출에 힘입어 부동산 구매에 열중했다. 실물자산의 가치가 높아졌지만, 그만큼 가계부채 역시 덩달아 급증하였다. 외환위기 직후 짧은 급락 경험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부동산 불패’를 자랑해 왔던 사실이 가계부채 증가가 가져올 위험을 둔감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언제든지 부동산 가격도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가계가 지닌 자산과 부채도 유동성 면에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자산은 유동성이 극히 낮은 부동산이고 부채는 대부분 단기성 금융부채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균형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등의 외부적인 환경에 따라 항상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매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현상 등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불패’ 신화도 조금씩 흔들리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실제 그런 상황이 되면, 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가 급증하게 되면서 금융시스템이 크게 불안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동안 무리한 빚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커다란 곤경에 처할 수 있어 이들 가계의 재무 상태는 항상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한 구조조정 분야는 가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여 과도한 실물자산 비중을 줄여 악성부채를 서둘러 처분하는 방향으로 가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여야 한다.

금융자산이든 실물자산이든 관계없이 불필요하다면 처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만일 집이 자신이 가진 재산의 큰 부분이라면 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한 적당한 크기와 적합한 장소로 옮겨 사는 것도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여유자금이 생기면 먼저 악성부채나 불필요한 대출을 정리해야 한다. 실물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금융자산 보유를 늘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금융자산도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자산과 긴요할 때 쓸 단기 자산 등으로 적절히 구분해 확보해야 한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보험은 비용을 지급하는 대가로 ‘안심’이라는 효용을 얻는 경제적 수단이지만 반드시 많을수록 좋지는 않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비용과 혜택 사이에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즉, 보험을 사는 데 발생하는 비용과 보험에서 얻어지는 혜택이 균형을 이룰 만큼만 가입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렇듯 우리 가계도 구조조정을 통해 만일의 경우 다가올 수 있는 충격을 사전에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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