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만든 예수님 영화’...그리고 우리 정치 [데스크 시각]

입력 2024-08-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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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수훈’이라는 영화가 있다.

얼마전 고등학생 딸 때문에 알게 된 영화다.

동굴 속에 모인 8명의 신학도가 신에 대한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라고 한다.

2017년 12월 개봉해 6만이 조금 안되는 관객이 들었다. 독립영화 중에서는 꽤 많은 사람이 본 편이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영화는 아니다. 제목만으로 보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영화를 소개하는 문장 하나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스님이 만든 예수님 영화, 무슬림 영화제도 수상’

일단 이 영화의 감독은 대해라는 비구니다. 특이한 경력이나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스님이다. 산상수훈 이외에도 17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더 특이한 건 ‘산상수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기독교에 대한 내용이다. 산상수훈은 산상설교라고도 하는데, 예수가 작은 산 위에서 제자들과 군중에게 행한 설교를 이르는 말이다. 윤리적 행위에 대한 가르침이 주를 이룬다.

스님이 만든 예수님 영화, 여기까지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건 카잔무슬림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출품하면서다.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은 긴 시간을 할애해 이 영화에 대해 ‘특별한 언급(Special mention)’을 했다고 한다. ‘특별한 언급’은 상을 받을만한 작품인데 상을 줄 수 없는 상황일 때 주는 일종의 특별상이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문장은 이렇게 완성이 된다.

물론 이 영화는 가톨릭을 비롯해 개신교 등 세계 종교가 주최하는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했다고 한다. 2017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던 작품이다.

이 정도면 영화 내용이 궁금하다. 카잔무슬림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은 ‘문화간 대화의 아주 좋은 예시’라고 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하지 말아야 될 금기 중 하나가 종교 논쟁이다. 그만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어려운 주제라는 얘기다.

종교 못지 않게 다름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정치다. 이들 주제들은 될 수 있으면 꺼내지 않고, 분위기를 봐서 성향이 다르면 빠르게 화제를 전환하는 게 상책이다.

특히 최근의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끝맺음을 기대할 수 없다. 자칫 서로의 관계를 청산당할 수도 있다.

그만큼 극한 대립만 존재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이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법안이 연일 상정되고, 또 이를 막겠다고 몇 시간씩 연단에 올라 아무 말 대잔치로 시간을 끈다. 그리고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다. 그럼 다시 고쳐서 재상정한다.

장관 임명도 마찬가지다. 지명하면 인사청문회에서 한참을 실랑이하고, 임명하면 탄핵안을 발의해 쫓아낸다. 또 장관은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절차도 무시하고, 원하는 바를 밀어붙인다.

정치적 성향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심하고 안타깝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판에는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 올바른 의사결정은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도 서지 않는다. 그냥 혐오만 남았다.

금요일 퇴근 전 친한 벤처기업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와 나눈 주된 대화 내용은 투자하기로 했던 기업이 투자를 미뤘다는 내용이다. 안그래도 말랐던 돈줄이 티메프 사태로 더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치판만 딴 세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도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상생과 타협의 종합예술이다. 진짜 부탁한다. 정치하는 분들 예술 한번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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