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더 늦추지 마시죠"…집값 뛰자 속도 내는 '조합-건설사' 공사비 합의

입력 2024-08-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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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공사비 증액 문제로 표류하던 정비사업지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의 합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분양 지연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주택시장 분위기가 상승세로 바뀌면서 일반분양 흥행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인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공사비를 3.3㎡당 666만 원에서 811만5000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앞서 시공단은 설계 변경,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3.3㎡당 889만 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측은 지난달 최종 합의에 성공해 하반기 분양에 나선다.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고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도 공사비를 3.3㎡당 447만 원에서 700만 원대로 증액한다. 조합은 시공사인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일 년간 협상을 벌인 끝에, 최근 합의를 도출했다. 역시 하반기 분양을 목표로 일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청담 르엘)은 공사비를 3.3㎡당 약 794만 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조합과 롯데건설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대립하면서 현장에는 공사 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조합은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내 분양을 마치겠단 각오다.

이 밖에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조합과 대우건설도 공사비 306억 원을 증액해 3.3㎡당 618만 원으로 공사비를 최종 결정했다. 경기 안양시 호계온천 주변지구 재개발(아크로 베스티뉴)은 DL이앤씨와 3173억132만 원 상당의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단지 모두 하반기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공사비 증액에 반대하던 조합이 기조를 선회하는 데는 달라진 주택시장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5년 내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유지하는 등 집값이 빠르게 급등하는 상황이다.

분양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인포가 분석한 올해 1∼7월 전국 1순위 청약의 평균 경쟁률은 12.47대 1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148.87대 1, 수도권은 22.47대 1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분양가도 오름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706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상승했다.

공사비 문제로 길게는 수년째 분양이 연기된 사업지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이 때문에 분양시장이 회복했을 때 빠르게 분양을 진행해 이익을 거두는 방향이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주택시장 침체로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조합이 소극적인 측면이 있고,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증액을 요구하기 어렵다"며 "그런데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분양성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양측의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하반기 강남권에서 공급될 후분양 단지들은 분양가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연내 분양을 추진하고 높은 분양가를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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