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성공보다 '도전의 가치' 일깨우는 '올림픽 정신'

입력 2024-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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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오상욱은 가장 높은 단상에 올라 양팔을 하늘로 쭉 뻗으며 감격을 만끽했다. 한국 남자 사브르 사상 첫 개인전 올림픽 금메달, 한국 선수단의 '2024 파리올림픽' 첫 금메달이자 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올림픽까지 석권한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그의 금메달 소식에 대한민국도 들썩였다. 펜싱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메달은 기대했으나, 개인전 메달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오상욱이 8강전에서 탈락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도전했고, 올림픽 시상식에서 가장 높은 단상에 올랐다.

"올림픽 금메달은 다른 대회 금메달과 다를 줄 알았는데 엄청 드라마틱하게 뭔가 있지는 않네요." 오상욱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또다시 도전에 나서는 검투사로서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아직 사브르 단체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엄청 기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크네요. 단체전까지 금메달 따고 편히 쉬겠습니다."

사격에선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금지현이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사실 박하준의 파트너는 반효진이 될 예정이었다. 반효진이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격연맹은 박하준의 파트너를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반효진보다 최근 컨디션이 상승 중인 금지현으로 교체했다.

금지현은 지난해 5월 딸을 출산하기 직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대회에 출전해 호성적을 보였고, 출산 이후에도 좋은 감각을 이어갔다. 금지현은 "이제 둘째 낳고 그다음 올림픽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화를 써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출산에도 포기하지 않는 금지현의 도전 정신이 결국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낳았다.

올림픽 헌장 조문을 보면 1장 6조에는 "올림픽에서의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다"라고 돼 있다. 또한,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올림픽 정신은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데 있다. 메달을 따는 선수들에게만 주목하고 박수를 보낼 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해 최선을 다하는 모든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야만 하는 이유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복싱 간판 오연지는 복싱 여자 60kg급 경기 1회전에서 대만의 우스이에게 판정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한국 유도 경량급의 김원진은 남자 60kg급 패자부활전에서 기오르기 사르달라슈빌리(조지아)에게 한판패했고, 여자 48kg급에 나선 이혜경도 32강에서 타라 바불파트(스웨덴)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한국 여자 펜싱 에이스 송세라도 여자 에페 개인전 16강전서 에스테르 무허리(헝가리)에 패하며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수영 경영 남자 평영 100m에 나선 최동열은 예선에서 1분00초17의 기록으로 아쉽게 18위에 그치며 16명이 오르는 준결승 진출권을 놓쳤다.

이처럼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언급하는 것은 이들의 노력도 그만큼 빛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늘 메달리스트의 그늘에 가려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로 많은 선수의 노력마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올림픽의 정신은 '메달=성공'이라는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도 메달을 딴 선수보다 따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메달을 딴 선수에게 당연히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것만큼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향해서도 관심과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아닐까.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한 그들에게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따뜻한 응원과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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