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제라드의 실책과 레스터의 우승 동화 [당신이 몰랐던 PL ⑥]

입력 2024-08-0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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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가 1992년 출범했다. 프리미어리그는 32년간 잉글랜드 최상위 축구 리그로 군림하며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출범 당시 주로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됐던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약 70여 국적의 선수들이 뛰는 범세계적인 리그로 발돋움했다. 이제부터 치열했던 프리미어리그 역사 한 켠에 득점왕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소개한다. 또한 그해 리그 우승팀과 눈여겨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짚어본다.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13-2014 스티븐 제라드, 단 한 번의 실수로 놓쳐버린 우승의 꿈

31골 12도움. 우루과이에서 온 괴물이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했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종전 한 시즌 최다골 기록과 동률을 이루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수아레스의 동료 대니얼 스터리지는 21골을 기록하며 2위에 랭크됐고,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야야 투레가 뒤를 이었다. 리버풀 FC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13도움을 올리며 도움왕에 올랐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새로 부임한 맨시티가 리버풀을 승점 2점 차로 제치고 3년 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맨시티는 시즌 초반 8위까지 떨어지며 부진했지만, 3경기를 남겨 놓고 뒤집기에 성공하며 1위에 오른다. 리버풀은 1989-1990시즌 이후 리그 우승이자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2013-2014시즌은 리버풀에 있어 뼈아픈 시즌이다. 우승 경쟁 팀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수아레스가 골 폭격을 하며 리버풀에 우승이라는 꿈을 안겼다. 다니엘 아게르와 마틴 스크르텔은 위기 상황에서 든든하게 후방을 지켰고, 라힘 스털링, 필리페 쿠티뉴, 조던 헨더슨 등 팀 미래를 이끌 영건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은퇴 기로에 선 '주장' 제라드는 다시 한번 우승을 향한 불꽃을 태운다.

그렇게 리버풀은 34라운드에서 경쟁자 맨시티를 3-2로 꺾고 대망의 1위에 오른다. 제라드는 경기 후 선수들을 모아 "우리는 노리치로 간다"며 우승을 향한 열망을 과감히 드러냈다. 리버풀은 우승을 판가름할 대망의 노리치 시티전도 3-2로 승리하며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36라운드 첼시 FC전을 앞둔 리버풀은 남은 3경기에서 2승 1무만 거둬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스티븐 제라드. (출처=리버풀 FC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대형 사고가 터졌다. 당시 리버풀과 첼시는 전반전 내내 0-0으로 맞서며 팽팽한 상황을 이어갔다. 문제는 전반 추가시간 3분에 터졌다. 후방에서 마마두 사코의 패스를 받으려던 제라드가 미끄러지면서 터치 실수를 범했다. 중앙에서 전방 압박을 하던 첼시 공격수 뎀바 바가 이를 놓치지 않고 흐른 공을 인터셉트, 중앙을 돌파했다.

바는 골키퍼 시몽 미뇰렛과 1:1 상황을 놓치지 않고 선제골 득점에 성공했다. 리버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맹공을 퍼부었지만, 되려 후반 추가시간 4분 리버풀 출신 페르난도 토레스의 패스를 받은 윌리안에게 역습을 당하며 0-2로 패한다. 결국 맨시티가 잔여 경기를 전승으로 마무리하며 제라드와 리버풀의 우승 도전은 막을 내린다.

아스널 FC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하며 10년 무관을 끝냈고, 토트넘 홋스퍼는 역사상 처음으로 3위 안에 들지 못한 맨유를 누르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진출한다. '무리뉴 2기' 첼시는 3위에 안착했고, 퍼거슨이 은퇴한 맨유는 7위로 추락했다. 당시 퍼거슨의 후임으로 낙점된 모예스는 4월 경질, 라이언 긱스가 감독 대행을 맡아 시즌을 마무리한다.

2014-2015 돌아온 ‘스페셜 원’과 ‘인간극장’ 찰리 오스틴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새 득점왕을 신고했다. 33경기에서 26골을 터뜨린 아구에로는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11-2012시즌에 이어 맨체스터 시티 올해의 선수로 다시 한번 선정됐다. 본격적으로 주전 공격수로 나선 토트넘 홋스퍼 해리 케인은 21골을 넣으며 득점 2위에 올랐고, 첼시 FC 뉴 페이스 디에고 코스타는 2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특이한 점은 승격팀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공격수 찰리 오스틴이다. 오스틴은 13부 리그 출신으로 직전 시즌 QPR로 이적, 31경기에서 17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격을 돕는다. 2014-2015시즌에 프리미어리거 생활을 시작한 오스틴은 1부 리그 데뷔 시즌 18골을 넣으며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썼지만, 팀의 강등을 막을 수는 없었다.

조제 모리뉴의 첼시가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모리뉴는 첼시에서만 네 번째 리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까지 우승하는 '더블'을 달성하며 자신이 왜 '스페셜 원'인지를 또 한 번 증명했다. 앞서 코스타와 아스널의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영입한 첼시는 존 테리의 노련한 수비와 에덴 아자르의 크랙 플레이가 합쳐지며 완전체로 거듭났다. 첼시는 리그에서 274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대회 신기록을 썼다.

시즌이 끝난 뒤 또 다른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선수들이 작별을 고했다. 바로 '람반장' 프랭크 램퍼드다. 램퍼드는 마지막 시즌을 우승 경쟁팀 맨시티에서 보냈지만, 첼시에서만 648경기에 나서 211골 141도움을 올린 첼시 역대 최다 득점자다.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 뒤 런던을 벗어나 미국 뉴욕 시티 FC로 떠났다.

램퍼드의 동료이자 381경기에서 164골 87도움을 올린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 역시 스탬퍼드 브리지를 떠나 미국 몬트리올 임팩트로 이적했다.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도 17년의 안필드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갤럭시로 떠났다. 아쉽게도 제라드는 리버풀 은퇴 경기에서 득점을 올렸지만, 팀은 1-6으로 대패했다.

선덜랜드 AFC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휘 아래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고, 헐 시티와 승격팀인 번리, QPR은 강등을 면치 못했다. 시즌 중반부터 최하위를 기록한 레스터 시티는 모두가 강등할 거라 예상했지만, 30라운드 토트넘전 3-4 패배 이후 잔여 8경기에서 7승 1무를 거두며 14위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2015-2016 전 세계를 뒤흔든 언더독의 반란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토트넘 에이스 해리 케인이 토종 공격수 득점왕 시대를 다시 열었다. 케인은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25골을 넣으며 득점 랭킹 1위에 올랐다. 잉글랜드 출신 득점왕은 1999-2000시즌 케빈 필립스 이후 16년 만이다. 케인은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선수노조(PFA) 올해의 팀에 선정됐다. 맨시티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레스터 시티 제이미 바디는 24골을 기록, 공동 2위에 올랐다. 아스널의 새 마에스트로 외수트 메질은 19도움을 기록하며 도움왕에 올랐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단 보강에 나섰다. 첼시는 인간계 최강으로 불린 라다멜 팔카오와 FC 바르셀로나의 윙어 페드로를 영입했다. 수문장 페르트 체흐는 아스널로 둥지를 옮겼고, 라힘 스털링과 케빈 더브라위너가 맨시티에 합류했다. 맨유는 앙토니 마르시알을 영입함과 동시에 팀 유스 마커스 래시퍼드를 콜업했고, 토트넘은 손흥민과 델리 알리를 데려왔다.

레스터는 공격 자원 오카자키 신지를 독일에서 데려왔고, 중원 자원인 은골로 캉테를 프랑스에서 영입했다. 시즌을 앞둔 레스터는 선수단 변화를 크게 가져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즌 시작 후 기존 멤버인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 웨스 모건, 캐스퍼 슈마이켈 등 선수들의 잠재력이 터지며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언더독의 반란으로 이어졌다.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야말로 영국 대륙을 뒤흔든 파란이 일었다. 지난 시즌 극적으로 강등권 탈출에 성공한 레스터가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레스터는 시즌을 앞두고 팀을 승격시킨 나이젤 피어슨 감독의 사임 후,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선임했다. 라니에리는 첼시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11년 만에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서포터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라니에리는 여우 군단을 프리미어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첼시 감독 주제 모리뉴는 부진으로 시즌 중 경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았다. 맨시티 페예그리니 감독은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의 후임 감독으로 펩 과르디올라가 내정, 차기 시즌 프리미어리그 감독 간 치열한 전술 공방을 예고했다.

리버풀은 브랜던 로저스 감독을 시즌 초 경질,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돌풍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을 선임한다. 클롭 감독은 특유의 전방 압박과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2010-2011,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차세대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클롭 감독은 부임 첫 시즌 리그를 8위로 마감하며 아쉬운 성적을 거뒀으나, UEFA 유로파리그 결승으로 팀을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6-2017 콘테의 첼시, 다시 한 번 정상으로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해리 케인이 다시 한번 득점왕에 오르며 2연속 골든 부츠 수상에 성공했다. 에버턴 FC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로멜로 루카쿠는 25골로 2위, 아스널 알렉시스 산체스는 지난 시즌보다 11골을 더 만들어내며 24골로 3위에 올랐다. 리그 적응을 마친 케빈 더브라위너는 18도움으로 도움왕을 차지했고, 토트넘 중원의 핵심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15도움으로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두 번째 시즌을 14골 6도움으로 마무리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16-2017시즌 중 이달의 선수상(2016년 9월, 2017년 4월)을 두 번 수상하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특히 FA컵에서 커즌 애시턴 FC 공격수 아담 모건과 함께 6득점을 기록하며 아시아인 최초로 잉글랜드 컵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8-2009시즌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트레블 주역과 2011-2012시즌 이탈리아 유벤투스 FC 무패우승 최대전력.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펩 과르디올라와 안토니오 콘테가 프리미어리그에 당도했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에, 콘테는 첼시에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중 콘테가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먼저 차지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콘테는 '3-5-2'로 대변되는 쓰리하프백 전술을 구사하며 단단한 조직력과 날카로운 역습으로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다승인 30승을 거뒀다. 특히 6라운드 아스널전 0-3 패배 이후 13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최다 연승 기록과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콘테는 당시 불안했던 수비 조직력을 다비드 루이스와 마르코스 알론소 영입과 동시에 3백 전환으로 다듬으며 팀 전술 최적화를 이뤘다.

토트넘은 홈 경기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를 3위로 이끌었고, 아스널은 리버풀에 밀린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6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서 AFC 아약스를 상대로 2-0 승리하면서 국제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2016-2017시즌은 멋진 골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맨유 미드필더 헨리크 미키타리안은 박싱데이 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크로스를 뒤꿈치로 마무리하며 홈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아스널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는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전갈킥을 선보였고,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공격수 앤디 캐롤은 1월 팰리스를 상대로 오버헤드킥을 성공시켰다. 리버풀 미드필더 엠레 찬은 5월 왓포드전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오버헤드킥을 성공시키며 올해의 득점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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