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2분기 실적 발표 임박...‘거품 논란·트럼프 리스크’에 주가 안갯속

입력 2024-07-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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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빅테크 실적 여전히 상승에 '서머랠리' 기대감도↑
실적ㆍ주가 디커플링 가능성…빅테크 '거품 논란에' 차익 매도행렬
'트럼프 리스크' 시장 강타…"상대적 부진 지속 가능성"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1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AFP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회사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줄줄이 발표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공지능(AI) 랠리로 상승 피로감이 누적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아주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서머랠리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실적과 주가가 커플링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빅테크 관련주들의 거품 논란이 퍼져가며 차익실현 후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매입하는 순환매 장세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또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 이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며, 시장에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퍼지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가에선 그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질수록 기술주의 부진이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빅5’ 빅테크 실적, 2분기도 상승 전망

2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2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다. 이날 테슬라·알파벳(구글)을 시작으로 △IBM(24일) △마이크로소프트(MS)·AMD(30일) △메타·퀄컴·ARM(31일) △애플·아마존·인텔(8월 1일) △엔비디아(8월 28일) 등 줄줄이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연초부터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MS, 아마존, 메타, 애플 등 이른바 ‘빅5’ 종목들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MS, 애플,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2월 2조 달러를 넘어선 뒤 약 4개월 만인 지난 6월 5일에는 처음 3조 달러에 진입했다. 애플의 경우 시총 3조5000억 원 돌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마켓스크리너 등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2분기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보다 8.8%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년 1분기(9.4%)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이 중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상당히 좋다. 1분기도 이들의 급등세에 지수가 크게 오른 만큼, 2분기도 서머랠리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우선 구글의 모 회사인 알파벳은 영업이익이 265억3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 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PS도 같은 기간 1.44달러에서 1.84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MS의 경우 영업이익이 275억68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13%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PS도 2.69달러에서 2.92달러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도 영업이익이 229억9800만 달러에서 243만3700만 달러로 5%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아마존의 경우 영업이익이 76억8100만 달러에서 135만7700만 달러로 무려 76%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광고 호조세와 함께 주력 사업이자 회사 전체 이익의 과반을 차지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AI 수요 확대 덕분에 많이 늘어난 점이 호실적의 기반이 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메타도 영업이익이 55%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며, 엔비디아의 경우엔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 넘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거품 논란·트럼프 리스크’에 빅테크 주춤...부진 전망도

그러나 최고치를 이어가던 나스닥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AI 종목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로 거품 논란과 함께 차익실현 움직임이 나오면서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1001위부터 3000위를 차지하는 중소형 기업 2000개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나스닥을 구성하는 빅테크 기업주가 단기 과열이라고 판단해 차익을 실현하고, 대신 극심한 저평가인 중·소형주를 매입하는 순환매 장세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상승 피로감뿐 아니라 '트럼프 리스크'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높아지면서, 그가 재집권했을 때 피해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빅테크 종목들이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가 16일(현지시간) 외신과 인터뷰에서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 대만은 미국에 방위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사실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를 저격했다. 이에 TSMC는 물론 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도 동반 급락했다.

또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도 비판했다. 이에 한국·미국·일본·대만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칩4 동맹’을 깰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도쿄일렉트론,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반도체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 폭탄을 맞았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커질수록 글로벌 증시를 견인해온 기술주의 상대적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까지는 기술주의 상대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트럼프 정권 취임 이후 경기 부양정책이 무리 없이 시작되는지, 금리 인하가 빠르게 진행되며 경기회복을 만들어낼지에 따라 내년 그림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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