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갈거야, 라인 추가해 줘” 문자 받으셨나요? [해시태그]

입력 2024-07-16 16:28수정 2024-07-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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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안녕? 나 7월에 한국에 갈 거야. 시간이 되면 보고 싶어요.”
“다음 달에 할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가. 시간이 되면 만납시다.”

나에게 외국인 친구가 있었던가? 당황스러운 문자들이 이어지는데요. 한국에 오고자 하는 이유도 다양하지만, 결국 시간이 되면 ‘나’를 만나고 싶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에는 꼭 메신저 앱인 ‘라인’ 아이디를 알려주는 것도 동일하죠. 자신을 추가해 달라고 말입니다.

지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여러 명의 외국인 친구가 강제로 생기고 있는데요. 혹시 비슷한 문자를 받아보셨나요? 혹시 라인 아이디를 추가하셨나요?

색다른 형태의 스미싱, 로맨스스캠사기의 모습입니다.

▲스미싱 문자메시지 사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스미싱(Smishing)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를 말하는데요. 문자메시지 내의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소액결제 등의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로맨스스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대면으로 접근해 호감을 표시한 뒤, 재력과 외모 등으로 신뢰를 형성하고 친분을 쌓은 뒤에 각종 이유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법의 사기를 뜻하죠.

이번 라인 문자 사기는 문자로 피해자를 낚고, 친분을 쌓아 결국은 돈을 요구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현재 포털과 SNS 등에는 라인 스팸 문자, 라인 스미싱, 라인 스캠 등 다양한 문구로 검색되고 있는데요. 모두 이 라인 아이디(ID) 문자의 출처를 알고 싶었던 이들의 마음이었죠.

실제로 외국인 친구들이 여럿 있는 피해자들은 그중 한 명인 줄 알고, 또 다른 이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서, 혹은 내가 잊은 친구가 있나 하는 마음에 그 라인 아이디를 추가하곤 합니다.

이 라인 아이디를 추가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는 놀랍게도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마치 직장 내 관계자인 척 문자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방금 전화했는데 부재중이셔서 메시지 남깁니다. 제 라인 ID를 추가해 주세요”라고 말이죠.

자신의 라인 아이디를 추가해 달라는 문구로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메신저 계정 추가를 유도한겁니다. 이렇게 라인에 가입하게 되면 사칭한 투자 매니저를 통해 투자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죠. 이들이 어떤 악성 앱을 유포할지 모르기 떄문에 이스트시큐리티대응센터(ESRC) 등이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처럼 사무적인 연락을 취했던 이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건데요. 다정한 ‘반존대’로 말입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미싱의 형태로 이용되던 이 문자는 로맨스스캠으로 번진 거죠. 딱딱함이 아닌 따뜻함(?)으로 전략을 바꾼 이들은 교포나 외국인으로 속여 피해자에게 이성적 호감을 얻은 뒤 어김없이 금전을 요구하고 있죠. 이들은 치밀하게도 오랫동안 작업하기에 가능한 건데요.

외로운 피해자들에게 다정한 친구가 돼주고 이성 친구가 돼준 이들은 장기간 대화를 이어가며 친밀감과 호감을 쌓았죠. 짧게는 몇 주, 길게는 1년까지 장기간 일상대화를 주고받는데요. 상대방의 경계심이 허물어진 뒤로는 속전속결이죠. 금전 요구 또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동정심과 연민, 애정, 가상자산 투자 등 요구 사항도 다양하죠. 한번은 어머니의 병원비, 한번은 한국 방문 비용, 한번은 지인의 투자방 가입 등인데요. 사기범들은 이렇게 정의 내립니다. 모든 것은 강제가 아니라 너와 나의 이 관계에선 이 정도 ‘돈 거래’는 의리와 사랑이라고 말하면서요.

이토록 치밀한 로맨스스캠은 ‘돼지 도살 스캠’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돼지를 살찌운 뒤 도살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붙여진 거죠. 일반 악성 앱 스미싱보다 이 로맨스스캠은 사기를 알게 된 후 피해자가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재정적인 피해보다 마음의 피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 규모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이 사기범들은 실제 SNS 사진을 도용해 자신을 포장하는데요. 실제 여성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남자와 1년간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기도 했고요. 자신과 같은 SNS 여자친구가 여럿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하죠.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1~10월) ‘국정원 111콜센터’에 접수된 로맨스스캠 피해액은 48억 원을 넘어섰는데요. 11월과 12월 집계를 합산하면 5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봤죠. 2022년 약 39억 원보다 그 피해액은 약 28%나 증가한 셈입니다.

특히 이처럼 라인 아이디 추가를 요청하는 로맨스스캠은 ‘신종수법’으로 분류돼 악성코드 앱을 유도하는 ‘스미싱’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의 수법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정원에 따르면 주로 중년을 노려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령층의 SNS 사용이 증가하면서 벌어지는 어두운 면이죠.

경찰은 로맨스스캠을 막기 위해 SNS나 문자를 통한 무분별한 친구 추가 자제, 외국인이나 정보를 알지 못하는 이들과의 인터넷 교제 자제, 인터넷상에서 부탁을 가장한 금전 요구 거부 등을 당부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라인 아이디’를 추가하는 피해자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교묘함은 이토록 힘든 이들에게 적중하는 걸까요. 이를 ‘단순 스미싱’으로 여기며 바로 차단할 수 있는 단단함도 길러야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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