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AI 시대, 이대로 놓쳐선 안된다

입력 2024-07-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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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X재단 이사장

국가 전략으로서의 정책 추진 더뎌
퍼스트무버 돼 생태계 구축 나서고
의식대전환에 ‘지구적 선’ 추구해야

얼마 전 열린 한국생성형AI파운데이션(KGAF) 세미나에서 송세경 회장은 “우리는 AI(인공지능) 시대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AI 관련 사업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는 단지 수용자 차원에서의 확산에 그치고 있으며, 국가 전략으로서의 AI 정책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AI 생태계는 AI 기술의 연구, 개발, 적용, 상용화와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 정책, 기업, 인재 등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빠르게 해결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이 서둘러 구축되어야 한다.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은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다양한 언어와 작업을 처리하며 추가 훈련 없이도 여러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기존 산업과 신규 산업 모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이 대규모일수록 그것을 활용하는 AI 생태계는 더 큰 승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델은 아직 국내에 없으며, 정부의 구축 계획도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AI 시대를 선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GPU 등의 컴퓨팅 자원 확보에도 집중해야 한다. AI 시대의 1년은 산업 시대의 수십 년과 같다고 생각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AI 생태계가 필요하다. AI 생태계는 기존의 산업생태계와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다. 산업생태계는 정형화된 틀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루지만, AI 생태계는 정형화되지 않은 상상을 현실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영화 제작은 캐스팅, 촬영, 편집 등 수많은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 이처럼 AI 생태계는 인간의 사고와 AI의 지능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스타트업, 학계 및 연구 기관, 민첩한 정책 기관 등이 유기체처럼 유연하고 빠르게 협업하여 결과를 창조하는 구조다. 이러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매우 민첩하고 유연한 정부와 조직이 필요하다. 새로운 의식을 쉽게 수용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세 번째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국제 사회 리더십은 기후 위기 극복이나 인류의 미래를 위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가치가 AI 생태계를 통해 마구 쏟아져 나와서 지구공동체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K팝, K푸드 등 K컬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이것을 AI 생태계와 결합하여 인류를 위한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기후테크나 기존 산업에 AI가 접목되는 디지털 전환(DX)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교육, 제도, 인식 등 전반적인 사회전환(SX)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윤리 문제다. 이것은 인류의 윤리의식도 포함한다. 어쩌면 앞에 언급한 것보다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다. AI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적으로 인류의 의식이 성숙해져야 한다. 기후위기나, 양극화 그리고 전쟁 등도 인류의 미성숙한 의식으로 인해 초래된 결과라면, 하루빨리 성숙한 의식을 갖출 수 있는 대전환이 요구된다.

매우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AI의 윤리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와 생물종의 지향점은 지속 가능한 지구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해야 한다. 만약 이런 지향점을 갖지 못한다면 인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AI 생태계는 이제 시작되었지만, 매우 빠르게 전 인류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에 당장 AI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해서 우리가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미래 산업을 키우는 길이며, 사양길에 접어든 기존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대피할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이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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