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완화’ 공약 건 개혁파 대통령 당선...“서방과 관계 회복할 것”

입력 2024-07-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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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개혁 성향 행정부 들어서
서열 1위 하메네이 압박에 정책 성공은 미지수

▲이란 개혁파 대통령선거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결선투표 전인 3일(현지시간) 테헤란의 한 경기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의 2021년 퇴임 이후 3년 만에 개혁 성향 행정부가 들어서게 된 만큼 이란 내 정치 역학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이란 내무부와 관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페제시키안은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득표율 54.7%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상대 후보였던 강경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는 44.3%에 그쳤다. 페제시키안은 당선 직후 국영방송 IRIB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뻗겠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 모든 인재를 활용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선 초반까지만 해도, 이란 서열 1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충성파’ 잘릴리의 승리가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페제시키안이 득표율 42.5%를 기록하며 ‘뜻밖의 1위’에 올랐다. 당시 잘릴리는 38.6%로 2위에 머물렀다.

‘이변’의 이유로 기성 보수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꼽힌다. 강경보수 성향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2022년 반정부 ‘히잡 시위’를 유혈 진입하며 수백 명을 사망케 했다. 또한, 미국과의 핵 합의 파기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 최악의 경제난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혁파 페제시키안의 부상으로 대선 결선 투표율도 급등했다. 1차 투표 당시 투표율은 39.9%에 그쳤지만, 이번 결선 투표율은 49.8%로 약 10%포인트(p)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유권자들은 정치 불신, 무관심 등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 경향이 컸지만, 개혁파 페제시키안의 결선 진출로 ‘새 정치’를 꿈꾸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페제시키안은 당선 가능성이 희미한 ‘비주류’ 정치인이었다.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2001년 온건·개혁 성향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건장관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마즐리스(의회) 선거에 출마해 5선을 지냈고, 2016년부터 4년간 제1 부의장을 맡았다.

그는 핵 합의 복원, 서방과의 관계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강경파 후보들과 차별점을 강조했다. 또한 ‘히잡 단속 완화’를 내걸며 청년과 여성의 표심을 얻었다.

하지만 페제시키안의 당선만으로는 이란의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신정체제인 이란에서 대통령은 서열 2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제시키안은 신정체제에 순응하는 ‘온건 개혁파’라는 평가도 있다. WSJ는 “개혁파 이란 대통령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당장 이란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대통령이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페제시키안이 새로운 외교 정책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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