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를 아직도 써?"…이용자 불만 방치하는 국토부 행정시스템

입력 2024-06-27 16:13수정 2024-06-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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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세움터'(건축행정시스템)에서 본인소유 건축물 평면도 발급을 신청하려면 공인인증서(현 공동인증서)로 전자서명을 해야 한다. (사진=세움터 화면 갈무리)

퇴출된 공인인증서(현 공동인증서)가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행정시스템에서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공식적으로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됐지만, 국토부 행정시스템은 개선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의 '세움터'(건축행정시스템)에서는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움터는 관공서를 방문하지 않고도 건축허가부터 착공, 사용승인에 이르는 건축행정 업무와 주택행정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2004년 처음 구축된 뒤 2007년 확산 보급됐다.

시스템이 만들어진 취지는 민원 편의와 행정 효율성 제고였지만 민원인 이용 환경을 살펴보면 이와는 거리가 멀다. 개인이 세움터에서 본인 소유 건축물 평면도를 보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데, 인증 수단이 공인인증서 하나뿐이다. 수년 전 정부에 의해 공식 퇴출된 공인인증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는 1999년 전자서명법 시행과 함께 생겨났다. 이후 금융권은 물론 비대면 전자상거래나 전자정부 행정업무에서도 독점적인 본인 인증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2020년 12월 전자서명법이 개정되면서 이용자는 원하는 인증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공인인증서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외국인이 한국 전자상거래 제한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서비스 혁신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결제원,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등 국가에서 인정한 공인인증기관 6곳에서만 발급이 가능해, 전자서명기술 시장의 발전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간에서 개발된 다양한 전자서명 방식이 있음에도 정부가 공인인증서만 강제해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공인인증서를 남겨둔 것은 예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면서 세움터 전자서명 방식을 다양화하는 개선작업을 위해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지만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며 "올해 예산을 다시 신청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세움터 개선을 위해 약 2억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역시 뒤늦게 전자서명 방식을 개선했다. RTMS는 아파트 층별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고, 실거래 정보를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2021년 6월 1일부터 주택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주택임대차 계약 시 계약 당사자가 임대료, 임대 기간 등 주요 계약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내년 5월 31일까지인 계도기간이 끝나면, 신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RTMS에서 거래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외 전자서명 수단이 없었다.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재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2월 차세대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간편인증 등 전자서명 수단이 추가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RTMS 위탁운영기관이 행정안전부 지원사업에 신청해 예산을 확보하면서 개편이 이뤄졌다"며 "거래신고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바로 다음연도에 예산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며 개선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가장 큰 자산인 만큼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정보는 국민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자정부가 도입된 지 수년이 지났고,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것 역시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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