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 동료 벤탄쿠르까지…손흥민 인종차별 수난기 [해시태그]

입력 2024-06-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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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한국 축구의 캡틴, 자랑스러운 그 이름 손흥민. 프리미어리그(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UCL) 역대 아시아 선수 최다 득점자, PL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 PL 통산 100골(현재까지 120골) 달성 등 어마어마한 기록의 소유자죠.

이런 손흥민의 인기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죠. 손흥민은 2015년부터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FC 소속으로 뛰고 있는데요. 멋진 경기력과 두말할 것 없는 인성, 친절한 팬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호감을 얻으며 토트넘이 사랑하는 최고 선수가 됐습니다. 토트넘 구단도 토트넘 팬들도, 심지어 타팀 팬들도 ‘극호’를 보여주는 사랑받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런 손흥민도 참 넘기 힘든 큰 벽이 있는데요.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입니다. 그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그 차별’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죠. 심지어 그들은 이게 ‘차별’인지 조차 인지를 못 하는 상황이 즐비한데요.

(AFP/연합뉴스)

심지어 이번엔 같은 팀 동료, 그것도 손흥민과 친분을 과시했던 선수가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최근 우루과이에서 방영되는 포르 라 카미세타 중 인종차별성 발언을 남겼는데요. 영상에서 그의 사촌이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고, 벤탄쿠르는 “손흥민?”이라고 되묻더니,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모두 똑같이 생겼다. 아마 그의 유니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며 웃었죠.

‘동양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뜻이 담긴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는데요. 해당 방송 이후 벤탄쿠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인종차별 발언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다음 날 자신의 SNS에 “쏘니!(손흥민의 애칭)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라며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냐”라고 사과글을 올렸죠.

하지만 이 또한 ‘진정성’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해당 게시글에서 손흥민의 애칭을 ‘Sonny’가 아닌 ‘Sony’로 적었고, 게시한 글이 24시간 뒤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에 올라왔다는 점에서 팬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벤탄쿠르에 최근 게시글에는 항의성 댓글이 빗발쳤는데요. “인종차별하는 것이 우루과이의 문화냐”, “너는 손흥민이 아닌 일본 기업 소니에 사과했다”, “인종차별에 무지했다가 아닌 나쁜 농담이라고 치부헀다”라는 비난 댓글이 가득합니다.

거기다 토트넘 구단이 이렇다 할 공지가 없는 점이 더 큰 질타를 받고 있는데요. 과거 토트넘은 소속 선수들의 인종차별 피해에 발 빠르게 공식 성명을 내고 대응해 왔지만, 이번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에는 할 말을 잃은 듯 침묵 중입니다. 토트넘 팬들은 벤탄쿠르의 SNS에 이어 토트넘 구단 SNS에도 항의 댓글을 달고 있죠.

(출처=SBS 뉴스 캡처)

손흥민은 그간 인종차별 피해자로 수차례 언급됐는데요. 손흥민의 인종차별 행위로 3년간 축구장 입장 금지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죠. 2022년 8월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토트넘의 리그 경기 도중 첼시의 한 팬이 관중석에서 상의를 벗고 눈을 옆으로 찢는 동작을 했는데요. 이 팬의 행동은 SNS를 통해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됐죠. 해당 팬은 런던 치안법원으로부터 벌금 726파운드(약 113만 원)와 3년간 축구 관람을 금지당했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웨스트햄과의 홈 경기에서도 경기 도중 인종차별적 욕설을 들었죠.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손흥민은 최근에도 크리스털 팰리스 팬으로부터 인종차별 행위(눈 찢기)를 당했으며, 해당 팬은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와 1384파운드(약 242만 원)의 벌금, 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5월에는 축구 중계 해설자가 방송 도중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기도 했는데요. 스카이스포츠의 해설자 마틴 타일러는 손흥민이 경합하는 과정을 두고 “무술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죠. 동양인들이 무술을 잘한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는데요. 많은 팬이 이를 지적하며 “이제 은퇴할 때가 됐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고, 스카이스포츠 또한 타일러에게 경고했습니다.

▲이강인(왼쪽)과 손흥민 (연합뉴스)

이런 인종차별은 현재 유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도 마찬가지로 겪는 일인데요. 이강인은 스페인 라리가 RCD 마요르카 소속 당시 감독인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죠. 황희찬 또한 2022년 SC파렌세와의 프리 시즌 친선 경기에서 관중이 인종차별적 욕설을 들었습니다. 이에 구단은 성명서를 통해 “파렌세와 친선 경기에서 우리 팀의 한 선수가 인종 차별의 타깃이 된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UEFA에 이 사건을 보고하고 관련 기관의 조사를 요구할 것이다. 사안과 관련해 피해 선수를 철저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죠.

▲(뉴시스)

K리그에서도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 적도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동남아시아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주고받은 거죠. 지난해 울산 HD 소속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가 울산 HD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끝난 뒤 SNS에서 나눈 대화가 문제가 됐는데요. 이들은 이명재의 외모를 동남아시아인에 빗대 인종차별적 발언을 적었고, 박용우는 과거 K리그 전북 현대 모터스에서 뛰었던 태국 선수 사살락의 실명까지 언급했습니다.

연맹은 세 선수에게 각각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500만 원의 징계를 확정했고요. 또 울산 구단에 대해서도 선수단 관리의 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 원을 부과했죠. 당시 유럽 리그와 비교해 볼 때 너무 가벼운 조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토트넘을 대표하는 손흥민이 3차례나 인종차별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동료의 인종차별 발언은 분위기를 더 싸늘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손흥민은 과거 벤탄쿠르의 장기 부상 당시 누구보다 걱정을 드러낸 선수였던 터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도 유럽도 ‘인종차별’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그 ‘무지함’을 드러내며 ‘웃음’으로 넘어가려는 ‘뻔뻔함’을 더는 마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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