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위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해야”

입력 2024-06-12 16:03수정 2024-06-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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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위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해야”
자본연·증권학회, 자본시장 선진화 세미나
“집중투표제·의무공개매수제 등 도입”
“주주 충실의무 의미 모호…신중 검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고,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향이다.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센터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국내 기업의 핵심 문제는 지배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라며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대리인 비용 감소를 위해 주주의 권한 강화가 시급히 필요하다”며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 증가와 소수주주의 지배구조에 관한 관심 증가는 고무적이며 이런 움직임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의 권한과 정보 접근성 강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임원보수와 내부거래의 주주통제 강화 △기업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주주 간 이해충돌, 부의 이전 등은 회사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주로 공정거래법으로 이를 규율해오면서 기업들이 정당하게 규제를 회피하는 등 한계점이 드러났다”며 “이로 인해 지배주주 일가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일가에 대한 전환사채(CW)·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상장기업과 개인기업간 불공정 합병 비율 등 주주 간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자기거래 상황에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완전한 공정성을 요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주 간 이해충돌이 없는 자본 배분, 신규투자 등 경영전략적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영판단의 원칙이 인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 선임에 대해 주주 권리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주주총회 정보 알림 △주총 개최일 분산 △소집통지 시 감사보고서 제출 등을 제안했다.

황 연구위원은 “소액주주가 주총일을 알려면 공시 시스템에 수시로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며 “상장회사는 1% 이하 보유 주주에게는 개별통지 없이 공시로 갈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그 의미가 모호하고 구체적 상황에서 이사 행위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도 “제도의 실질적 정착을 위해 기업과 주주의 인식이 합치되는 것이 중요하며, 지배구조 개선방안 마련시 중소기업의 현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정 금융감독원 법무실 국장은 “주주 충실의무 도입과 더불어 이사의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경영판단 원칙의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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