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경기 무패’ 레버쿠젠 제치고…아탈란타, 61년만 ‘우승’ 외쳤다

입력 2024-05-23 13:56수정 2024-05-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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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무패 '미니트레블' 깨고
공격 축구로 61년 숙원 이뤄
‘UEL 결승전 해트트릭’ 루크먼
하인케스·프라티 어깨 나란히

▲아탈란타 선수들이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62-1963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우승. 61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끝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는 리그 우승과 더불어 시즌 무패 '미니 트레블'에 도전하는 강적. 그럼에도 보란 듯이 눈앞의 적을 부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바로 이탈리아 세리에A '언더독' 아탈란타 BC다.

아탈란타는 23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3-0으로 제압했다. 경기 직전까지 연승 행진을 이어오던 레버쿠젠은 이날 패배로 51경기 무패 행진을 마무리했다.

아탈란타는 3-4-2-1 포메이션으로 출발했다. 최전방에 지안루카 스카마카, 2선에 아데몰라 루크먼, 찰스 데 케테라레가 위치했다. 마테오 루가니, 테운 쿠퍼마이어스, 에데르송, 다비데 자파코스타가 중원을 지켰다. 수비진에는 세아드 콜라시나츠, 이삭 히엔, 베라트 드짐시티가 출전했다. 수문장에는 후안 무소.

레버쿠젠도 3-4-2-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원톱 공격수에 아민 아들리가 출전해 골문을 노렸다. 플로리안 비르츠, 제레미 프림퐁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고, 아레한드로 그리말도, 그라니트 자카, 에세키엘 팔라시오스,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미드필더로 나섰다. 수비진에는 피에로 인카피에, 조나단 타, 에드몽 탑소바로 선발 명단을 채웠다. 골키퍼에 마테이 코바르.

▲아탈란타 공격수 아데몰라 루크먼(왼쪽)이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팀의 첫 번째 득점을 성공시킨 후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번번이 골문 위로 벗어난 공…레버쿠젠, 압박에 당했다

아탈란타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12분 자파코스타의 낮고 빠른 컷백 패스를 받은 루크먼이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레버쿠젠의 골망을 갈랐다.

레버쿠젠이 반격에 나섰다. 전반 19분 스타니시치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아탈란타도 곧바로 역습을 전개했다. 스카마카가 루크먼의 패스를 받은 뒤, 박스 외곽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 위로 벗어났다.

아탈란타가 한 골 더 달아났다. 전반 25분 상대방 패스를 가로챈 루크먼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수비를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전반 초반부터 두 골 리드를 당한 레버쿠젠은 차분히 패스를 돌리며 기회를 엿보았다. 하지만 아탈란타의 강한 압박에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 35분 그리말도가 박스 바깥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가 막아냈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 박스 바깥에서 자카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이후 추가 득점 없이 전반은 아탈란타가 2-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아탈란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자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해트트릭과 함께 3-0 경기 종료…아탈란타가 해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두 팀이 교체 카드를 꺼냈다. 아탈란타는 콜라시나치를 빼고 지오르지오 스칼비니를 넣었다. 레버쿠젠은 스타니시치를 빼고 빅토르 보니페이스를 투입해 공격에 힘을 실었다.

후반전도 경기 양상이 달라지지 않았다. 레버쿠젠이 후반 14분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프림퐁이 왼발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골문 위로 벗어났다.

결국, 두 골을 뽑아내며 흐름을 가져온 루크먼이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쐐기골을 넣었다. 후반 30분 루크먼은 박스 안에서 수비를 제쳐낸 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자신의 해트트릭이자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세 골 차 압박감에 무패 행진을 달려온 레버쿠젠도 기력을 잃었다. 후반 막바지 페널티킥 기회도 비디오 판독(VAR) 결과 무산됐다. 결국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고 경기는 아탈란타의 3-0 승리로 끝났다.

▲아탈란타 골키퍼 후안 무소가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 종료 후 우승 트로피를 들고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승전 무대서 번번이 고배…이번에는 트로피 들어 올렸다

아탈란타가 61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아탈란타는 1907년 창단해 116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명문 구단 중 하나다. 하지만 2010-2011시즌 세리에B 우승으로 1부 리그로 승격한 이후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시간 세리에 A~B를 오갔고, 1부 리그보다 2부 리그 우승 횟수가 더 많다.

종전 기록은 1962-1963시즌 이탈리아 컵(현 코파 이탈리아·FA컵)이다. 아탈란타는 당시 AC 토리노를 상대로 안젤로 도멩기니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1로 승리,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후 1986-1987시즌, 1995-1996시즌, 2018-2019시즌, 2020-2021시즌, 2023-2024시즌 결승전까지 올라갔지만, 모두 패배하며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들었다.

아탈란타가 세운 대기록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구단 역사상 최초 유럽대항전 우승이다. 이번 시즌 아탈란타 우승 전 마지막 세리에 A팀 UEL 우승은 1998-1999시즌 AC 파르마가 유일하다. 파르마는 당시 마르세유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2019-2020시즌 인터 밀란과 2022-2023시즌 AS 로마가 대권에 도전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아탈란타의 우승 과정은 만만찮았다. 16강에서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을 만나 합산 스코어 3-2로 8강에 올랐지만, 8강에서 잉글랜드 명문 리버풀을 만났다. 하지만 1차전 3-0 승리를 거두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비록 2차전 0-1 패배했지만, 합산스코어 3-1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4강에서도 프랑스 마르세유를 상대로 1차전 1-1 무승부, 2차전 3-0 승리로 결승전에 안착, 레버쿠젠을 상대로 첫 최초 유럽 대항전 우승에 도전했다.

‘공식전 51경기 무패’ 레버쿠젠, 아탈란타 앞 무릎 꿇다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강팀이다. 사비 알론소 감독의 지휘 아래 1904년 창단 이후 120년 만에 리그에서 우승한 레버쿠젠은 최종전까지 28승 6무라는 성적을 거두며 분데스리가 최초 '무패 우승'에 성공했다.

유럽 5대 리그를 살펴봐도 1991-1992시즌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AC밀란, 2003-2004시즌 아르센 벵거 감독의 아스널, 2011-2012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유벤투스 등 세 팀밖에 없다.

여기에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리그를 포함한 모든 대회에서 패배가 없다. UEL에서도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12경기 9승 3무를 올리는 등 공식전 51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UEFA 출범 후 최다 무패 기록을 세웠다.

▲알렉산더 세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아탈란타의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이 끝난 후 패배한 레버쿠젠 사비 알론소 감독(왼쪽)을 다독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아탈란타는 이날 레버쿠젠을 상대로 3-0 승리하며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 지휘봉 아래 제2의 전성기를 증명했다. 레버쿠젠의 51경기 무패 행진과 리그·UEL·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컵 미니 트레블 도전을 깨부수며.

‘공격 축구’ 증명해 낸 가스페리니, 노장은 죽지 않았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감독 경력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게 됐다. 1993년 선수 은퇴 후 1994년 유벤투스 유스팀 감독으로 부임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가스페리니 감독은 FC 크로토네, 제노아, 인터 밀란, 팔레르모 등을 거치며 오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제노아에서만 2006-2007시즌~2010-2011시즌과 2013-2014시즌~2015-2016시즌을 보내며 297경기를 소화했다.

2016-2017시즌 아탈란타에 부임한 가스페리니 감독은 매력적인 공격 축구로 팀을 변모시켰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세 번의 결승에서 모두 패했고, UEL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UCL에서는 16강, 8강까지 올라갔지만, 파리 생제르맹(PSG)과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대한 벽에 막혔다.

▲아탈란타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이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마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네 번째 결승 도전이자 첫 유럽 대항전 결승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스포츠 통계 업체 'OPTA'에 따르면 1958년생인 가스페리니 감독은 첫 유럽 대항전 결승전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최고령 감독이다.

‘해트트릭’ 루크먼, 하인케스·프라티와 어깨 나란히

아탈란타의 우승 중심에는 루크먼이 있다. 이날 선발 출전한 루크먼은 전반 12분 선제골과 전반 26분 멀티골, 후반 30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팀에게 첫 유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로써 루크먼은 UEL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탈리아 팀에서 유럽대항전 결승전 해트트릭이 나온 것은 1969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당시 UCL 전신인 유러피언 챔피언스 클럽 컵 결승전에서 AC 밀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피에르노 프라티가 아약스를 상대로 전반 8분, 전반 40분, 후반 30분 해트트릭을 터뜨리면서 팀의 4-1 승리에 기여했다.

▲아탈란타 공격수 아데몰라 루크먼이 2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 종료 후 트로피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출신 팀을 제외한다면 통산 6번째다. 이것 또한 약 50년 만이다. 스포츠 통계 업체 'OPTA'에 따르면, 루크먼 이전 유럽대항전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1975년 UEFA컵 당시 묀헨글라트바흐 소속으로 뛴 유프 하인케스다. 하인케스는 당시 결승전에서 전반 9분과 후반 5분, 후반 14분 득점을 올리며 팀 우승을 견인했다.

여기에 유럽 대항전 결승전에서 두 골 이상을 넣은 최초의 아프리카 선수로 기록됐다. 루크먼은 나이지리아 국적을 갖고 있다. 주요 유럽대항전 결승전에서 득점한 나이지리아 선수로는 두 명이 있다. 2019년과 2022년 UEL 결승전에서 아스널의 알렉스 이워비와 2022년 레인저스의 조 아리보가 득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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